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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예수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던 이야기

예수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던 이야기

 

혼란스러웠다. 진실과 왜곡 사이를 줄타기하는 느낌이다.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한 내겐 감히 예수와 성경 말씀에 의문을 품는 건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마음속에 의심이 꿈틀거리면 믿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마르코복음이나 루카복음, Q문서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우리가 성경을 배울 때 그리스어, 히브리어, 영어 성경 원문을 교차해가며 공부하진 않았다. 교회 설교 시간에도 성경 말씀을 우리 현실과 빗대어 얘기를 할 뿐 본질적인 부분까지 깊게 파고들어 진실에 다가가는 설교를 들어보지 못했다. 현재 기독교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그간 외면하고 배척했던 점들 때문이다. 배타적이고 맹목적인 신앙 위에 기복 신앙을 키웠다. 교리에 따라 교파가 갈라지고 예수 중심이 아닌 세속적인 욕망이 지배한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 교회, 더 나아가 기독교는 공공의 복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예배, 자신의 헌금, 자신의 안녕만 추구하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자들의 모임으로 비치고 있다. 그런데 그 근본 원인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일부 목사들의 돈과 권력에 대한 집착이나 성추행이 아니다. 오히려 참다운 부성의 부재이다. 교회에서 성직자는 실질적으로 아버지, 가부장의 역할을 해왔다."


본문 내내 저자가 한국 기독교계에 던지는 뼈아픈 지적들을 이젠 진지하게 성찰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되돌아볼 시기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물음은 예수가 직접 가르치고 몸소 실천했던 말씀대로 기독교계는 실행에 옮기고 있는가이다. 한국 교회가 점점 대형화되어 갈수록 교회의 모습에서 예수의 가르침과 먼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런 것들로 인해 사회적인 비난과 질타를 받으며 개독교라는 소리까지 듣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22억 명 가까이 예수를 믿는다고 하지만 세계대전 이후 유럽 기독교는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이후부터 역사에선 수많은 종교 전쟁과 분열, 갈등, 살인이 끊이지 않았다. 유대인은 수천 년간 디아스포라로 박해를 박으며 떠돌아다녀야 했다.


"예수의 참모습을 왜곡하여 예수와 무관한 교리를 만들어 내어 사욕을 취한 유럽 교회의 긴 역사가 마침표를 찍는 21세기에 예수를 다시 보고 그의 언행에서 본질적 가르침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이 많다."


사복음서와 사도행전 외엔 우리가 예수의 행적에 대해 알 방법이 없다. 신학박사인 저자가 들려주는 예수에 대한 이야기들은 예수를 바로 알기 위한 시작점이라 생각해도 좋다. 사복음서와 마르코복음, 루카복음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은 비판의식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예수를 숭배하는 데 몰두하는 신앙의 기복주의와 욕망이 참된 믿음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기도 제목도 질병 치료와 물질 축복처럼 기복주의로 물든 신앙은 오랫동안 간증과 방언이란 이름으로 한국 기독교를 지탱해왔다. 성경에도 없던 이야기를 교리에 따라 왜곡하고 자의적인 해석이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켰다. 한국 교회가 초대 교회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예수의 참모습을 회복하여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때 다시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