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달리 1980년대 미국 내 이공계 최고 명문인 MIT에서조차 여성들을 향한 편견과 고정관념, 차별이 만연해 있었다. 과학자 공동체가 남성의 영역이라는 의식이 강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학업 분위기와는 별개로 적극성으로 기회를 만들어나갔다. 지질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지구대기행성과학부의 학부생이 된 저자는 저명한 교수였던 나피 톡쇠즈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경험 없는 신입생이 할 만한 연구직이 있는지를 물어보았고 이를 듣던 나피가 고용하여 뉴잉글랜드 지진 네트워크를 위해 코드를 작성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화성 암석학의 담당 교수인 그로브 교수와 함께 연구할 사람을 모집하는 소식에 열정적으로 지원하고 고용되어 일한다. 편견과 차별이 존재했지만 학업을 향한 열정과 노력은 막을 수 없었다.
뉴욕 이서카의 상위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 열 살 이전에 누군가로부터 반복적으로 강간과 성폭행, 성적 학대를 받은 일이다. 아마 이후로 내내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게 된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으로 악몽을 꾸었고 공포에 사로잡혀야 했다. 과거의 어두운 터널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5년 동안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한 걸음씩 발을 내디뎠고, 자신에 대해 하나씩 질문을 던질 용기도 얻을 수 있었다. 점차 평생 괴롭혀온 악몽이 하나씩 사라졌고 매일 맞는 아침은 두려움 대신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25년 내내 악몽을 꾸었지만 30대 중반이 되어 치료를 받으면서 더 이상 아무것도 무섭지 않게 되었다.
자신을 회고하듯 써 내려간 이 책의 저자는 대단한 성취를 이뤄낸 사람이다. NASA '프시케 프로젝트'의 수석 연구원이자 애리조나 주립대학원 교수이며 교육 회사인 비글러닝의 공동 설립자다. MIT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카네기 과학 연구소 지구자기학과 최초의 여성 학과장을 지냈다. 그녀가 여성 과학자로서 각종 상을 수상하는 등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건 차별과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둬 움츠려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성 과학자들이 대부분인 영역에서 그녀의 노력은 다른 여성 과학자에게 본보기가 될만한 일이다. 사회가 가진 고정관념을 이겨내려면 실력으로 능력을 입증해 내야 한다. 이 책은 쉽지 않은 일을 걸어가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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