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분방함과 한계선을 긋지 않고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전시회나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때면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위트는 어디서 오는지 감탄할 때가 있다. 관련 업종에 종사하거나 전공 학도가 아니면 일반인들이 예술작품들의 제작 과정을 알 기회는 없다. 이 책은 하나의 작품을 전시하기까지 전반적인 제작 과정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책 구성은 회화, 목조, 건축, 퍼포먼스, 도구 정비, 돈, 외주 제작, 디지털화, 크라우드소싱에 걸쳐 수많은 사례와 함께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작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작품들이 전시장이나 미술관에 전시되려면 이 업종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긴밀한 협업과 도움 없이는 어느 하나 진행시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떻게 보면 예술작품은 한 개인이 아닌 여러 사람의 공동 작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회화처럼 처음에는 한 사람이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작품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관의 지원이라는 막대한 인프라와 더불어 상점에서 구매한 재료와 도구(안료와 붓), 그리고 주문 제작한 부속품(캔버스 틀과 액자)이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략) 그리고 이런 예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수십에서 수백, 심지어 수천 명의 인원이 동원될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을 이용하는 예술가도 많다."
예술가들의 노고와 그 이면에서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우린 이 책을 통해 상세하게 들을 수 있다. 크건 작건 상관없이 하나의 전시회를 연다는 건 여러모로 복잡한 절차와 과정을 통해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일이다.
"이러한 작품들의 가치는 시장이 행하는 대로 매겨지며, 바로 이러한 예술 가격의 예측 불가능성이 그것을 자본 투기의 장으로 이끈다. 어떤 회화나 조각의 가격이 작품의 재료나 기능에 근간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은 끊임없이 부풀어 어떤 사치품보다 높은 수치에 도달할 수 있다."
빼곡하게 채운 작은 활자 사이로 삽입된 사진을 보며 전문 영역을 다루기에 쉽지 않은 책이었음에도 되도록 예술가의 세계와 고충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어마어마한 노동을 감수하면서 작품을 설치하는 목수들의 노고는 어떠한가? 하나의 작품이 설치되기까지 그 작품이 가진 의미를 따지고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예술은 우리와 동떨어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생각보다 우리 생활권 가까이에 있으며 현대 미술은 더 이상 미술관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이 책은 예술 전반의 제작 과정을 한 권에 담아내어 지금도 예술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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