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부터 현대사까지 총 18명의 문제적 인물들에 대해 역사학자, 시사평론가, 프로파일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역사학자가 역사적 사실을 펼쳐 놓으면 시사평론가와 프로파일러 입장에서 분석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늘 그렇듯 역사를 보면 어떤 최고 권력자가 나라를 통치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과 민초들의 삶이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이다. 죄 없는 국민들은 국가 권력에 의해 이유도 모른 채 죽임을 당해야 했고 심지어는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기까지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현대사만 놓고 보면 과연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전의 전두환에게 묻지 못했던 그의 죄를 기억함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통된 가치를 만들기 위함이다. 서로의 이념과 국가관은 다르더라도, 우리가 공히 지켜나가야 할 단 하나의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을 학살한 인물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이 되어야 한다."
<전두환> 편에서 저자가 말한 이 부분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모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는 기록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념이 들어가거나 왜곡시켜 곡해한다면 그 자체로 틀린 것이다. 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가 존재하는 것이고 그 시절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야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의 역사적 평가는 이미 끝났다. 우리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 이유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수많은 매체들에 현혹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조차도 진실에 눈 감아버리는데 역사를 바로 아는 길이 기본 소양을 다하는 길이다.
한국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러 개 가진 김활란은 여성운동가이자 박사학위를 따고 전문학교 총장을 지낸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대표적인 친일 지식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누린 명예와 기회들은 친일 행적으로 인해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중일전쟁 이후 칼럼과 강연 활동을 통해 전쟁을 옹호했고 국민총력조선연맹 평의원, 조선교화단체연합회 부인계몽독려반 등 각종 친일단체의 임원직을 맡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 행적으로 한자리를 차지했던 인물들은 해방 후 친일 청산이 와해되면서 모든 부와 명예를 독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룬 인물 중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사까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없다. 하나하나 깊이 파고들고 알면 알수록 그들이 저지른 사건들은 정말 시대를 뒤흔들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죽어나가야 했다. 근데 흥미로운 건 몇몇 인물을 제외하곤 대부분 이들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 소설에서 만나봤다는 거다. 우린 망각의 동물이기에 잠시 잊을만하다 싶으면 다시 끄집어내서 상기시키는 것도 좋다. 어느 부분을 펼쳐서 읽어도 한 인물에 대한 전체 흐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무겁지 않아서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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