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모럴리스트인 미셸 에켐 세뇨르 드 몽테뉴로 그가 살았던 시기는 16세기다. 글이 쓰인 시대적 상황을 감안해도 고루하기 보다 요즘 읽는 에세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가 가진 생각도 어느 틀에 갇힌 것이 아니라 상당히 열려있음을 알 수 있다.
"독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책에 너무 빠져서 가장 소중한 자산인 쾌활함과 건강을 잃을 바에야 아예 책을 덮어버리는 편이 낫다. 책에서 얻는 이득이 그 부작용을 상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나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에서 볼 수 있듯 인생의 허무함, 생의 덧없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삶을 깊이 고민하며 성찰하는 글들이 많다. 죽음에 순서도 없고 허망하게 갑자기 가는 경우가 많아서 종종 부고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세상에 태어나 한 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죽음 앞에 느끼는 감정은 삶의 소중함이다. 건강하게 살아있기 때문에 꿈을 꾸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며 가진 것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나 가까운 친인척의 부고 소식을 듣기 전엔 오직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던 것 같다. 죽음은 우리 가까이에 있고 깊은 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후에야 생각이 자유로울 수 있다.
이 책을 쓴 몽테뉴는 24세라는 젊은 나이에 보르도 고등법원의 법관으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가까운 친구와 아버지, 남동생의 죽음을 경험하며 본인도 낙마 사고로 죽을 뻔했다. 첫아이를 가졌지만 태어난 지 겨우 2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1562년 이래 종교 전쟁이 일어나면서 전쟁의 참화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결국 39살에 법관직을 떠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몽테뉴 성 서재에서 독서와 사색을 즐기며 오로지 집필에 빠져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때 탄생한 책이 '에쎄'로 에세이라는 장르의 원조격으로 알려져 있다. 죽음의 그늘이 드리운 시대를 살았던 그가 남긴 책에서 우린 삶의 지혜와 자세를 배워야 한다.
"내 생각에 가장 아름다운 삶은 평범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걸맞은 삶, 특별하거나 과도하지 않게 순리에 따라 사는 삶이다."
순리대로 살아간다는 건 마치 번잡한 도시가 아닌 자연으로 돌아가 자급자족하며 욕심 없이 사는 삶을 떠올린다. 있는 그대로 만족할 줄 알고 세상에 대한 욕망보다 평범하고 인간적인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이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공평하게도 세상에 태어난 생명체는 반드시 죽는다는 건 변함없다. 아직 우리가 살만한 세상이라고 느낄 때는 나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돌보며 공의를 우선시할 때 감동을 받는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고통 때문인데 즐겁게 산 사람들이야말로 죽음을 고통스럽지 않게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나는 빠르게 흘러가는 이 삶을 재빨리 붙잡아 멈춰 세우고, 그 시간을 더욱 밀도 있고 의미 있게 사용함으로써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상쇄하고 싶다. 이제 내게 남아 있는 삶이 더욱 짧아졌으니, 더욱 치열하고 더욱 충만하게 살아야 한다."
이제 다사다난했고 굵직굵직한 사건·사고가 많았던 갑진년이 지나고 을사년을 맞이한다. 더디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아도 지금도 재빠르게 지나가도 있다. 몽테뉴가 남긴 말처럼 우린 더욱 치열하고 충만하게 살아야 한다.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순간순간을 즐겁게 즐기면서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을 내거나 서로를 비교하기보단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면 그보다 아름다운 삶은 없을 것이다. 엄중한 시기를 지나는 요즘 산다는 건 무엇인지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원하는 미래가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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