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일기> 표제만 보았을 때 받았던 느낌은 깊은 명상을 통해 자신의 삶을 고찰하는 에세이였다. 그래서였을까? 끊임없는 모래언덕이 펼쳐진 사막이 적막하고 고요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 속에는 아무런 것이 없다. 고요함과 대자연의 자연스러운 흐름만 있을 뿐이다. 처음에 이 책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조금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신부님이 쓴 책이라 천주교에서 통용되는 명칭이 나오기 때문이다. 데면데면한 느낌을 지우고나면 비로소 명상에세이로써 깊은 맛을 맛볼 수 있다. 신부님이 종교적으로 외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닌 깨어있는 분이라서 공감가는 부분에서 절로 고개가 끄떡여졌다. 처음에는 저자가 어떤 분이지 모르고 읽었는데 다시 소개된 글들을 읽어보니 아르투로 파올리 신부는 45년 넘게 남미에서 독재 정권에 맞서다 희생당한 사람들, 실종자, 거리로 내몰린 극빈자, 소외된 어린이와 여성들의 친구이자 조력자로 살았다고 한다. 즉, 실천하는 지성인으로서 성경말씀대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것이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힘은 사막순례를 통해 얻는 깨달음으로 인해서였다. 600km에 달하는 사하라 사막으로 순례를 떠나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부제이기도 한 머무름, 기다림, 비움이다. 지금 한국을 떠나 사막에서 보낸다면 낮에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를 보며, 밤에는 눈부신 은하수를 올려다보며 깊은 명상에 잠길 수 있을까? 적어도 파올리 신부가 깨달은 것처럼 비움의 철학을 얻을 수 있을까? 정글의 법칙 마다가스카르편에 나온 사막에서 생활한 병만족처럼 자연의 위대함을 먼저 느낄 것 같다. <사막일기>는 단순한 명상집같지만 노사제가 사막에서 순례활동을 하면서 깨닫는 것들을 모아놓은 글이다.
우리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을 때 만족해하고 더 많이 가진 것에 대해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더 가질려고 한다. 욕심을 많이 가지다보니 있는 것에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은 물질보다는 고독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한다. 사막에서 생활한다는 건 인간으로써 얼마나 고독한 생활인지 미리 짐작으로도 알 것 같다. 파올리 신부가 사막순례 여행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것은 우리 삶에 대단한 화두를 던져준다. 내 삶에서 머문다는 것과 기다린다는 것과 비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는지를. 조급하게 빨리빨리 달려가야하고 자꾸 채울려는 현대인들에게 커다란 의문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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