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으로 둘러친 도시에서의 메마른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는 이들이 있다. 삭막하기만 했던 공간을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어놓기도 하고 도시농부로 직접 지은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축제를 열기도 한다. 도시에 숲을 끌여들어와 책도 읽고 예술과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창출한다. 도시기획자들은 저마다 도시를 각각 다르게 정의내린다. 도시는 인문학이기도 하며 농부가 되기도 하고 숲을 만들고 이야기가 있으며 욕망이 꿈틀대며 청년들이 활기차게 활동하는 예술 공간이기도 하다. 도시가 풍요로울 수 있는 있었던 이면에는 이들의 노력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간혹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된 외국의 도시풍경을 볼 때면 사람과 자연이 도시 속에서 공존하며 조화를 이룬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사람이 살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과연 누구의 몫일까? 지속가능한 도시경영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이룩한 공동체를 통해 소박하게 시작하여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하나하나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꿈들을 도시 속에서 이뤄나가고 있다. 10월이면 홍대에서는 책과 문화, 공연이 한바탕 축제의 향연에 빠진다. 몇 년전부터 알게된 축제인데 홍대의 차없는 거리에서 일주일간 수많은 사람들이 소통하는 장이 열린다. 바로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다. 인디가수가 와서 아무렇게나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등 자유분방하다. 지금은 처음때보다 규모가 커져서 외국인들이 장기자랑하는 문화공연도 열리고 유명작가의 사인회와 거리공연, 세미나와 전시회가 근방에서 대대적으로 열리는 종합문화 축제로써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참여하는 출판사들도 꽤 유명한 곳도 많다. 파주출판단지가 들어서기 전엔 홍대 주변에 출판사들이 많았다고 한다. 처음에 시작할 때 주변 출판사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줘서 지금의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꾸준히 열리게 된 건지 모른다. 책을 사랑하고 늘 책이라면 관심높은 내겐 과연 누가 기획했을 지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도시기획자들>을 읽으면서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또 쌈지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천호균 대표도 있다. 국내 쌈지라는 브랜드는 독특한 스타일로 널리 알려졌는데 인사동의 쌈지길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쌈지농부로 독립해서 대표농부로 모내기도 하고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건 책으로 알게 되었다. 하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도시인들이 도시 안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모임을 TV에서 본 뒤 참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과 장소가 제한적이라는 한계성은 분명 갖고 있다. 천호균 대표는 유통에 관심이 많다. 유통할 공간이 있어야 소비되고 자신이 만든 것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기획자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꿈을 꾼다. 도시에서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도시만의 매력에 빠져 사는 사람들도 많다. 도시 속에 수많은 공동체와 공원, 사람들을 서로 이어주고 만날 수 있는 공간, 청춘들의 에너지들을 소비할 수 있고 꿈틀대는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장소. 이들처럼 도시기획자들이 더 많아진다면 막혀있는 소통의 부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환경이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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