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라는 용어는 패션트렌드를 논할 때나 쓰이는 용어라고 생각했다. 트렌드를 선도한다. 트렌드를 앞서나가는 사람으로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패션이었고 유행이었다. 트렌드코리아는 2009년에 첫 출간된 이후로 벌써 <트렌드 코리아 2014>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번에는 말의 해라 다크호스로 정했다고 한다. 매년 키워드를 정할 때면 십이지신에 나오는 동물과 조합을 이룰 수 있는 단어 중 하나를 선정하여 대개 10가지의 트렌드를 다룬다. 책은 2013년 소비트렌드에 대한 회고와 2014년 소비트렌트에 대한 전망으로 나뉘어져 있다. 작년에 예상했던 올해 키워드들은 공감이 가기도 하고 당연한 것을 선정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트렌드는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방송과 언론의 지대한 영향을 받는 속성이 들어있어서 쉽게 수긍하기도 애매하다. 그 중에 하나가 미각의 제국인데 올해 유독 먹방이니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로 촉발된 먹는 문제에 관심이 쏠려서 큰 이슈가 되었다고 말하기 쉽다. 하지만 그 전에도 먹는 방송은 꾸준히 있어왔고 아침방송에서 한 두 꼭지는 고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바로 먹는 것이다.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도 2012년 2월 10일에 첫 방송을 탔고 CF나 영화, 예능에서도 자주 다뤄온 소재다. 사실 미각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우리 몸에 해로운 가공식품의 제조방식과 일부 양심없는 도매상과 상인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방송을 통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본다. 또 하나는 복고 열풍인데 응칠이나 응사가 선도했다기 보다는 늘 언제든 히든카드처럼 자주 써먹을 수 있는 아이템인거다. 주기별로 오는 것도 아니고 경제불황으로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고 소비하면 트렌드가 되는 것이고 다른 것보다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날 선 사람들의 도시'는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올해는 층간소음이나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어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경제불황이 장기화되고 내 마음에 여유가 없다보니 사람들의 마음을 강팍해지고 극히 신경이 예민해지게 될 수 밖에 없다. 트렌드라는 것은 계속 이어가는 것 같다. 그 중에 사라지는 것도 있고 계속 트렌드로 소비되는 것도 있는 것이다. 다만 전망을 통해서 앞으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과 신조어, 여가활동 등을 미리 알아보는 재미는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는 공동집필 체제로 책을 만드는데 신조어를 알아본다거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만한 아이템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협조가 없었으면 이렇게 5년간 꾸준히 책으로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내년에 스웨그한 사회가 될 지 그래서 가볍게 소비하는 패턴이 될 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이고, 어른아이 40대는 크레용팝의 삼촌팬들로부터 느낀 것인지 모르겠지만 가능성 있는 것은 하이브리드 패치워크와 초니치, 판을 펼쳐라 등이 될 것 같다. 직구로 말해요는 돌직구 발언으로 가감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인데 갑자기 트렌드로 나올지는 두고볼 일이다. 하이브리드 패치워크는 이미 올해부터 예상된 기술로 구글, 애플, 삼성, LG 등 이런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개발중이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걸로 안다. 초니치, 작은 것이 열광한다는 하나의 아이템으로써는 나쁘지 않은데 일반 사람들의 소비패턴으로 자리잡을 지도 지켜볼 일이다. 판을 펼쳐라는 이미 카카오 플랫폼처럼 하나의 플랫폼 안에 게임이나 메신저들이 재편성되는 것인데 내년에 과연 김난도 교수와 집필진들이 예상한 트렌드가 맞을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신드롬, 유행, 트렌드라는 단어 속에 휘둘려서 이리저리 흔들리기에 지쳐있다. 트렌드를 쫒아 살아가는 것이 불편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대에 뒤쳐지는 것이 싫어서 따라해보는 것이지 성찰없는 삶은 요즘처럼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문화 속에서 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는 이런 책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읽어나는 용도로 보면 될 것이다. 맹목적일 필요도 없고 소비트렌드에 속하지 않는다고 불안해할 이유도 없다. 다크호스처럼 시대의 장애물을 뛰어넘는 우승마로 내년을 힘차게 계획한대로 실천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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