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와 제목에서 유추해보면 알 수 있듯이 전통적인 방식의 식자재 30여 가지에 얽힌 이야기들을 모아둔 책이다. 몇몇 전통가옥이나 종친회 가문에서나 볼 수 있을듯한 식자재로 이제는 점점 일상생활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생활의 편리에 의해 서양식 도구로 대체되었고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더 이상 절구통으로 빻거나 맷돌로 갈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이 책이 지닌 가치는 크다. 우리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질 높은 사진들이 저자의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었고, 흘러간 옛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잠시 과거 어린시절로 내 기억을 되돌려놓는다. 그때만 해도 친척집에 가면 볼 수 있었다거나 우리집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는 도구인데 이제는 좀체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이를 들다보니 자연스러운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스테인리스 숟가락이나 젓가락보다는 옻칠한 수저가 내겐 친숙하고 맷돌로 간 콩이 좋은 두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옛 것이라고 해서 시대에 뒤떨어진다거나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것보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들어간 식자재들이 오히려 운치있고 좋다.
쌀가마니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예전에는 쌀 한가마니라고 하면 보통 80kg 정도였는데 이젠 20kg가 일반적인 형태가 되었다. 쌀을 보관하기에는 가마니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바가지를 얘기하면서 바기지에 얽힌 속담이나 이야기들이 참 정겹다. 예전에는 이런 도구를 가지고도 속담을 만들어내었는데 절묘하게 딱 맞아 떨어지는 비유니 기가막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식기장 이야기>에는 단지 음식을 담는 도구만이 아니라 이에 얽힌 이야기들을 실타래처럼 풀어내고 있어서 흥미로웠던 책이다. 잊혀져가는 것들은 언젠가는 생소한 기억으로 떠올리게 될 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이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도구들은 우리나라의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같은 동양권이라도 우리나라, 중국, 일본마다 젓가락 형태나 쓰임새가 각각 다르다. 식문화가 다르다보니 음식에 사용하는 도구에서도 큰 차이점을 보인다. 식도구를 하나하나 들어서 설명해주는데 만일 아이를 둔 부모라면 이 책에 실린 사진을 보여주며 천천히 설명해주어도 좋을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아무래도 자연에 나온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함과 따스함을 지니게 한다. 식기장의 쓰임새가 이렇게나 다양한 지 이 책을 보면서 확인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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