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메이드라는 책제목을 보고 갸웃거렸다. 머메이드는 무얼 뜻하는 말일까? 잠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영국의 강이나 바다에 살고 있는 여자 인어의 일종. 상반신은 젊고 아름다운 인간 여성의 모습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 머리는 금발이고 눈은 녹색이라고 한다. 때때로 해안에 나타나 머리카락을 빗거나 물에 빠진 시늉을 해서 사람들의 주위를 끌어서 다가온 남자들을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가기도 한다. 그녀들의 출현은 폭풍의 징조여서 선원들은 특히 그녀들을 무서워했다고 한다. 같은 종류의 인어로 스칸디나비아의 하브르, 아일랜드의 메로우 등이 있다. - 환상동물사전, 도서출판 들녘
아이린은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 없이 태어났기 때문에 인어로 비유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근데 이 책이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라니 믿겨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설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장본에 굉장히 두꺼운 책이다. 자신의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지원이 있었을까?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의 가정은 아이를 방치에 가깝게 내버려두고 있어서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여덟 명의 아이가 있다고 하는데 부모는 아이린만 빼놓고 여행을 가버린 것이다. 만약 거트 이모가 돌보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신체가 불편한 채로 태어난 주인공은 담배냄새가 베어있는 거실에서도 싫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이모와의 사이는 친구처럼 돈독하다. 아이린의 어머니는 많은 아이들을 돌봐야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가족애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우리가 익히 아는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리거나 어떤 어려운 순간에도 역경을 이겨낸 끝에 성공을 성취해낸 강인한 여인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책이다. 자신의 성장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냈으며 보통 우리들처럼 슬퍼하고 아파하며 극복해내는 과정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전혀 지루할 새 없이 읽게되는 책이다. 그래서 놀라웠다. 글의 표현방식이나 문체도 섬세해서 무척이나 문장들이 아름답다. 무릎 밑으로는 의족보호대를 착용한 채 살아야 함에도 꿋꿋하게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그들의 정신력과 삶에 대한 애착이 놀랍다.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함에도 삶을 소중하게 여기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여러모로 푸근하게 읽을 수 있는 감성적인 에세이로 기억될 것 같다.
머메이드
- 저자
- 아이린 크로닌 지음
- 출판사
- OPUS press(오퍼스프레스) | 2014-10-10 출간
- 카테고리
- 시/에세이
- 책소개
- ‘나는 네 살 때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은 다리가 있다는 사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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