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제목에 낚였다는 기분이 든다. 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책에 나온 수많은 에피소드 제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자기계발서라는 느낌도 들었는데 조금 늦은 나이에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분야에 도전하는구나라며 호기심이 발동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니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보통의 에세이일 뿐이었다. 근데 읽을수록 세뇌당하며 살아온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우리는 한 번 주어지는 인생인데 무얼 해볼까 하다가도 주저하고 망설이다가 놓치는 경우들이 많다. 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는 건 설레이는 일이다. 잠시 일을 쉬고 있을 때였다. 우연히 알게 된 살사댄스 기초반이었는데 홍대 바에서 6주간 강습을 받게 되었다. 기초 스텝을 배우고 저녁이면 숙련자들과 함께 춤을 출 수도 있었다. 얌전하게 모범생처럼 살아온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인생이 더 자유로워지고 춤을 춘다는 일이 이렇게 즐거운 경험일지는 몰랐다. 잠시동안의 수줍음과 어색함을 뒤로 하고 땀을 흘르면서 스텝을 밟고 음악에 몸을 맡기는 내 모습은 전과 다르게 생기가 넘쳐 흘렀다.
글쓰는 직업을 갖고 있는 저자도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전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서 레슨을 받는 장면은 의미있는 일인 듯 싶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아무리 늦다고 생각해도 한 번 시도해봐도 좋겠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사실 해보고 싶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릴 때는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배워볼 기회가 없었고 이제 어른이 된 후에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미룬다면 답답하지 않은가? 소소한 이야기, 삶을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들은 그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음으로 인해 읽으면서 편안하게 다가온다. 일에만 몰두하지 않고 적당히 문화생활도 즐기면서 글쓰기, 사진촬영, 맛집탐방, 독서, 여행같은 취미를 갖는 이유는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함이다. 사람은 같은 일을 반복하고 연습하다보면 처음에는 미숙해서 실수가 잦아도 점차 익숙해지면서 실력이 는다. 쏟아붓는 시간에 비례하여 잘하게 되는 이치는 언제나 같다. 단지 처음이 어려울 뿐이다. 하고나서 후회하는 것이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도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싶은 일들을 버킷리스트로 만들어서 하나하나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오늘의 삶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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