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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먼저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떠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세계적인 생물학자로 손꼽히는 베른트 하인리히는 숲에서의 생활을 위해 홀로 숲으로 들어가서 주변 자연을 관찰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생물학자답게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변화들을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기록했다. 내게는 생소한 나무이름, 곤충이름, 꽃이름, 물고기와 새, 동물들의 이름까지도 이 책에서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편리한 도시생활 보다는 부족하고 불편한 것이 많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자연 속에서 오는 평온함과 자유로움을 즐긴다. 그 곳에서는 오직 동식물들의 모습을 보며 관찰하고 기록하며 채집하며 생활한다. 조화로운 삶이라는 무엇일까? 단지 도시에서 떨어져 숲이 가득한 자연에서 생활하는 것이 전부는 아닐텐데도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자연 속 일부분으로 들어간 듯 평화로운 기운이 전해져 온다.


통나무집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누군가 알려준 것도 아니고 스스로 터득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숲에서의 생활하는 요령을 배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도시에서의 생활에 익숙한 우리는 그 속에서 적응하려면 때론 먹는 것까지 배고플 때만 먹게 되는 식으로 변화한다. 물론 여유로운 시간에 사냥에 나서거나 조용히 낚시를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얼마나 느긋하고 호사스러운 삶인가? 모든 일들을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해야만 하는 도시의 시간과 달리 자연에 시간을 맡기고 자신의 할 것을 하는 생물학자가 부럽기도 했다. 작은 것에도 의미를 발견하고 지금 주어진 삶에 만족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생활을 소망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편가르고 치열하게 싸우는 것보다는 느긋하고 여유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이득인지를 깨닫게 되고, 자연이 존재함으로써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며 또한 느리게 걷는 삶을 바라게 된다.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자연과 함께하다 보면 작은 변화에도 기쁘고 즐거우며 립서비스가 아닌 온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귀촌을 꿈꾸는 내겐 마치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아니 성실하게 관찰한 기록 덕분에 숲에서 생활을 떠올리며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끼게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