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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 해박한 식견과 유쾌한 입담 멋과 맛이 넘치는 신명나는 한판



은일, 아집, 풍류라는 주제로 총 6강을 강의 형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저자가 이렇게 주제를 잡은 이유는 선조들이 삶에 대해 갖는 태도를 그림 속에 그려진 음악을 통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미 저자는 1998년에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로 '전문가들이 뽑은 1990년대 대표적인 책 100선'에 뽑혀 미술교양서 최고의 스테디셀러를 펴낸 바 있다. 우선 우리 옛것을 다루는 책들은 얼핏 보면 고루하고 지루할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는 그런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 땅을 살았던 선조들을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남긴 작품을 보면서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손철주 작가 특유의 입담은 마치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 것 같은 편안함을 주었다.


간송미술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면 당대 최고의 화가가 그린 그림을 감상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작품 감상하는 것과 작품에 그려진 그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설명을 듣고 감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저자 덕분에 그전까지는 듣지 안 보였던 부분들이 또렷하게 보이고 당시 사회상이나 풍류를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었다. 1강만 읽어도 작품에 푹 빠지게 되었고 알찬 내용으로 인해 읽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작품을 보다보면 우리 선조들은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웠을 자연을 병풍 삼아 타악기를 다루거나 가락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옛부터 음악과 춤을 즐겼다. 신분제 확실한 봉건사회임에도 자유분방하게 살았는가 하면 은유를 섞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흔히 미술관이나 특별전에서 볼 수 없었던 그림들이 다수 수록되었고 올컬러인데도 합리적인 가격이라 여러모로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의 충실함과 강의 형식으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점 등 우리 옛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같은 풍경이라도 어떤 화가가 그리냐에 따라서 그림 속에 음악이 들리는 것 같고 많은 얘기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다소나마 편견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저자의 강의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 작품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