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너의 시 나의 책>인데 무슨 뜻인가 싶어서 펼쳐드니 느낌이 왔다. 이런 시집은 정말 처음이다. 왼쪽엔 시가 오른쪽엔 시를 적을 수 있는 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다가 편집도 여느 시집과는 다르게 파격적으로 시마다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놀라운 것은 독자마다 각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시 중간에 빈칸을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이 시집에 참여한 시인들은 자신들의 대표작 보다는 미발표된 시와 이 책에 싣기 위한 시를 넣었다고 하는데 정말 손글씨로 만드는 나의 첫 시집이라는 취지가 분명해지는 느낌이다.
불과 이천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시는 우리와 가깝게 느껴졌는데 언제인가부터 일상과 관심으로부터 멀어져버렸다. 순수문학이라는 자부심으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시문학인데 어렵게 느껴서인지 은유에 대한 해석보다는 감각과 순간의 즐거움에 익숙해져 버린 감성으로 시를 시답게 읊조리는 시대가 끝나버린 이유인지 관심 밖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이 책은 누구나 시를 읽고 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시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것이 된다.
시를 아는 가장 좋은 길은 시를 함께 써보는 일이라는 송승언 시인의 말처럼 필사하듯 써보기도 하고 시암송을 하듯 말로 꺼내보면 그때마다 주는 감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에세이처럼 빠르게 읽는 책이 아닌 여러 번 반복해서 되뇌어야 하는 것이 시인데 우린 빠름에 익숙해져 있었다. 시를 읽고 있으면 한동안 일과 후 어두운 방안에서 혼자 그날의 느낌과 감성을 시로 남기곤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위안을 받고 내재된 감정들을 담아주는 하나의 도구였던 셈이다. 이제 시는 SNS의 함축된 글과 은유를 만나면서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어느 강연에서 직접 손으로 쓴 글을 SNS에 올린 시인을 본 기억이 있는데 아날로그의 감성을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시를 손으로 쓰다보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시는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너의 시 나의 책
- 저자
- 박준,송승언,오은,유희경 공편 지음
- 출판사
- arte(아르테) | 2015-05-10 출간
- 카테고리
- 시/에세이
- 책소개
- 시인의 노트를 펼쳐 나의 문장을 적는다 가장 주목받는 젊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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