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는 59세인데 표지는 한 7~80세를 먹은 노인처럼 나왔다. 소설의 설정상 오베는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인데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마을 곳곳을 누비며 점검할만큼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가 매사에 사사건건 까칠하다는 것이다. 그가 자치회 회장에 있다가 2년전에 물러났는데 말썽일으킨 것은 CCTV 설치에 대한 문제였다. 결국 CCTV 설치는 오베의 반대로 물건너 갔는데 매일 일찍 일어나서 동네를 시찰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몇 달전에 떠난 아내의 빈자리가 큰 것일까? 집으로 오면 지금은 자리에 없는 아내에게 혼잣말로 고백을 하는 모습은 또 애처롭기까지 하다. 마을 사람에게는 유달리 까칠하지만 그의 속사정을 들으면 많은 사연을 가진 채 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근데 아내가 죽은 지 얼마안되서 통장을 정리하고, 변호사를 통해 유언장도 작성한다. 곧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그는 살아가지만 그의 집 앞으로 새로운 이웃이 오면서 모든 계획은 틀어져 버린다.
현재 베스트셀러 2위르 차지할만큼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항상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택한 죽음이 번번히 무산된 것은 매번 그때마다 어떤 사건에 묘하게 휘말리게 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그는 다른 이웃을 돕거나 사람을 구하면서 점점 혼자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소중한 가족으로 인정받게 되는 모습을 그린다. 그가 까칠해지기 시작한 때는 흑백이었던 자신에게 유일한 색채를 띄었던 아내를 떠나보낸 뒤였고, 그 후로 완벽한 죽음을 계획했는데 우연한 사건들 속에서 그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점이 참 감동적이다. 우린 서로에게 혼자이지만 삶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자 또다른 가족이라는 것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오베라는 캐릭터 자체도 매력적이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점점 변질되어가는 세상에서 바른 것을 고집하는 그 꿋꿋함에 있는 듯 싶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며, 세상에 필요한 존재이지 않을까? 요새는 동네마다 그런 어른들을 만나기가 어렵지만 말이다. <오베라는 남자>는 유머로 가득해서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재미가 있다.
술술 읽게 되는 재미.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는 또 어떻게 흘러갈 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톡톡튀는 오베라는 남자의 매력에 빠지다보면 그와 일체화되서 읽게 된다. 내 예상으로는 한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것 같은 책이다. 우리에겐 까칠하지만 바른 말을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야 사회가 건전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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