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서평(Since 2013 ~)

[서평] 고백 그리고 고발 :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을 모두 고발하다

반응형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고 배웠다. 왜냐하면 돈과 권력이 없는 힘없는 약자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법이기 때문이다. 법의 잣대가 공명정대함을 잃는 순간 사법정의가 구현될 수 있을까? 지난 수십년간 법원의 판결을 보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사실 임을 입증해보이고 있다. 즉, 법의 형평성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라는 점이다. 만약에 같은 죄를 저질렀다고 했을 때 그 죄를 진 당사자의 신분과 재력 그리고 배경에 따라서 형량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면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일반 시민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 때 승소하기가 어렵다는 건 일반적인 상식이 되버렸다. 근데 소송의 나라인 미국만을 놓고 봐도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일반인 혹은 집단이 승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한국은 문제가 있는 그 회사가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입증해내야 한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만 보러라도 차에 기계적 결함이 있기 때문에 급발진이 발생했다는 합리적인 의심 대신에 그 자동차를 구매한 사람이 스스로 입증하는 방식이라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 자본과 권력을 모두 거머 쥔 대기업은 아무리 본인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막강한 법률팀을 구성하여 법의 헛점을 파고들거나 이 책에서 고발한 내용처럼 문서를 위조하면서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결을 이끌어낼려고 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다윗과 골리앗 싸움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기을호 사건을 보더라도 누가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지 뻔히 보이는데도 왜 승소하지 못했을까? 상대방 측 증인이 관련 회사 직원이라 중립성을 확보하기 애당초 어려웠고 만약에 이미 말소된 은행에 보냈다고 한다면 그게 잘못 들어갔다는 걸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을텐데 그걸 조작해서 약속이행을 하지 않은 건설사 측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이런저런 이유로 피일차일 잔금을 미루는 것도 치사하게 느껴진다. 기노걸 씨가 말소된 은행 통장번호를 불러줬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양심이 있다면 그런 통장에 입금시키는 것도 사기칠려고 작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거액의 돈이 오갔을 리 만무하다. 누가 내 통장에 거액의 돈이 들어오는 데 아무 통장이나 대충 불러줬을까? 그것도 뒷면이 아예 떨어져나간 통장번호를. 아무리 노환이 온다해도 납득이 안가는 말이다.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고 작정하고 이 사건을 조작하지 않았다면 잔금을 주지 않으려고 사기행각과 사문서 위조라는 범죄를 저지른 것에 불과하다. 책을 읽을수록 대기업을 상대로 싸운 이 책의 저자의 노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법의 판결을 보면서 허탈감을 얼마나 크게 느꼈을까? 


이 책에서 고발하는 사건들은 대개 약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일들이 많다. 아무리 객관적인 증거가 뒷받침되더라도 이기기 어렵다. "힘 있는 자에게는 여러모로 편한 세상이고, 힘 없는 자에게는 열심히 일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 자체가 그러한 세상이었다." 통렬하게 와닿는 말이다. 이 말로 모든 이유를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힘 없는 자가 아무리 열심히 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해도 안되는 세상이 되버렸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입김이 들어가면 그 상권에서 장사하기도 어렵고 힘이 있으면 상도덕은 무시해도 되니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돈과 권력만 있으면 형량도 낮아지고 설령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특사로 바로바로 나온다. 감옥에 들어간다해도 초호화 생활을 누리면서 세상 앞에 당당하다. 갖은 혜택과 이득은 그들의 몫이다. 어차피 질 수밖에 없는 싸움. 우리나라에도 일드 <히어로>처럼 법 앞에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신념이 자리 잡을 날이 올까? 영화 <도가니>에서 법의 판결을 기다리며 법정에 적힌 자유, 평등, 정의가 생각난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공명정대하게 판결이 내려지길 바랬던 법정 안. 하지만 전관예우로 인해 그들은 가벼운 형량 만을 받고 유유히 법정을 빠져나간다. 이 외에도 다뤄진 법정 영화들을 보면 법은 평등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고발한 내용들만 놓고 보면 사법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진다. 참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사건에 휘말리면 내게 잘못이 없어도 패소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함이 공존한다. 그래도 이 대기업과 맞서 싸우는 변호사가 있기에 아직은 작은 희망의 빛이라도 꺼지지 않는 것 같다.




고백 그리고 고발

저자
안천식 지음
출판사
옹두리 | 2015-06-0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고백 그리고 고발』은 변호사인 저자가 김포에 사는 어떤 토착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