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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추리소설은 주로 일본 아니면 미국에서 나온 책들이 전부였는데 한국에도 이렇게 재미난 책을 쓰는 작가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탤런트 채연수 실종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그의 전 남자친구인 민주일보 사회부 기자 박희윤은 홀로 그녀의 행방을 쫓느라 동분서주 한다. 그 와중에 취재 중 만나 친하게 지낸 전직 형사 갈호태를 만나게 되고 이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맹렬하게 사건 속으로 빠져든다. 박희윤은 채연수 사건 이후로 기자 일을 그만두게 되는데 선친 덕분에 돈 걱정 없이 세종문화회관 근처에 카페를 차린 갈호태 밑에 머물면서 지내고 있다. 그러던 중 한 때 민주일보 사회부 후배인 홍예리가 하마드와 관련된 것 같다며 취재 자료를 들고 나타난다. 갈호태는 여색을 밝히는 편이지만 형사 기질이 남아있어서 사건을 해결하러 나설 때는 굉장히 터프하다. 반면 박희윤은 매사에 신중하고 갈호태가 홍예리에게 찝쩍대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기고 말이 길어질 것 같으면 말을 싹뚝 잘라버린다. 서로 다른 스타일과 성격, 취향을 가진 이들은 마치 탐정처럼 사건이 주어지면 뭉쳐서 해결하기 위해 차를 타고 나선다.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은 한국적인 특성을 잘 드러내보이고 있다. 앞뒤가 꽉 막힌대다 상부의 지시에 맹종하는 경찰의 지위체계를 보여주는데 지금이 아니면 단서를 놓칠 것 같아 갈호태가 자신보다 한참 기수가 아래인 형사를 붙잡는 동안 박희윤은 차에서 빠져나와 용의자로 추정되는 집에 찾아가는 장면을 보면 역시 현실감을 잘 그려내고 있다. 탐정 소설이긴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어느 악당을 처단하기 위해 나서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힘없고 약한 사람들에 대한 글들이 따뜻하다. <신들이 속삭이는 밤>을 예로 들면 자신의 나라에서는 대학 교육까지 받을 정도의 엘리트였지만 불법 체류자로 한국에 온 뒤로는 공장을 전전해야 했는데 우리나라가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을 대하는 모습이 어떤지 읽으면서 가슴 한 켠이 아렸다. 임금체불을 한 것도 모잘라 피부를 녹게 할 수 있는 황산을 부은 사장에게 공분을 했고, 그의 친오빠가 작은 폭탄으로 그 사장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폭파시킬 때는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만으로 상습적인 임금체불과 폭행, 모욕들이 오가는데 참 부끄러운 일이다.


사건을 거듭할수록 박희윤, 갈호태, 홍예리의 호흡이 매끄러워지고 여전히 시시껄렁한 유머는 넘쳐난다. 별거 아닌 잡담들이 오가면서도 결국 해결해야 할 지향점은 놓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소외된 사람들은 얼마나 많으며 이들에게 죄를 물어야 할 지 아니면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먼저 단죄해야 할 지 묘한 갈등을 가져오게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일견 가벼워 보이기도 하는데 책을 속도감있게 읽기에는 제격이다. 한마디로 지루할 겨를도 없이 이들 콤비의 만담과 추리극이 절묘해서 일단 책을 붙들면 다음 장을 넘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책이다. 너무나도 한국적인 추리소설이라 무더운 이 한여름밤에 읽기에는 제격인 것 같다. 사건이 끝자락에서는 살짝 여운도 있으니 그냥 가볍게만 읽을 수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저자
최혁곤 지음
출판사
시공사 | 2015-07-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국 추리 스릴러 대표작가 최혁곤의 뜻밖에도 유쾌발랄 새로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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