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법칙을 준수하는 정직한 사람보다는 편법을 동원하여 남들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즉, 자신이 추진하려고 하는 사업과 밀접하게 관련있는 사람들에게 향응과 뇌물을 주게 되면 손쉽게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룰도 없고 정의도 없다. 오로지 사람의 탐욕과 돈만 있을 뿐이다. 부정부패가 싹트게 되는 이유는 이렇게 뇌물로 인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뇌물의 액수에 따라 대우도 달라진다. 뇌물을 주고 받은 사람에게 가해지는 법적 조치는 별개로 치더라도 뇌물은 쉽게 뿌리치기 힘든 강력한 유혹의 수단이다. 뇌물로 인해 한 사람의 운명이 바뀔 수 있고, 더 나아가 인류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올바른 결정을 흐리고 정직하게 살아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자괴감과 실망감을 갖게 만든다. 쉽게 예를 들면 학교의 담임 교사를 찾아가 우리 아이를 잘 봐달라며 암암리에 전해주던 촌지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금품을 제공을 하는 것이 불법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에게만은 특혜와 관심을 더 가져달라는 의미에서 촌지가 끊이지 않았던 적이 있다. 바로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공평한 경쟁으로 실력에 의해서만 평가를 받기 보다는 조금은 실력이 부족해도 뇌물로 인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천박한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뇌물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은나라 탕왕의 6가지 반성문 중 다섯째에 뇌물이 성행하지 않는가?라는 항목이 들어간 것을 보면 이미 그 당시에도 뇌물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나머지 항목도 뇌물과 관계되어 있다. 저자는 뇌물의 역사를 볼 때 규모나 양보다는 뇌물과 부패의 구조를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가장 위험한 부패와 뇌물은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의 중심을 파괴한다. 이 다음에 언급한 내용은 사실 우리나라도 그 위험수준에 도달한 것 같아 뜨끔했다.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위험을 망각한 채 부정부패에 몰입하는 것이 진정한 위기를 불러온다. 철저하게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도 노비 소송과 같은 비리가 만연했다고 한다. 노비는 일반 농민과 다르게 국가가 추진하는 부역에서 면제되고 자기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에 노비 소유주들은 더 많은 노비를 확보하기 위해 거짓으로 신고하기도 했으며, 양인 농민들은 국가에 내는 세금과 부역으로부터 면제를 받기 위해 스스로 노비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모든 계층에서 노비를 소유할 수 있었는데 부패의 온상은 향리라는 하급 관리로부터였다. 이 향리는 일반 백성들 뿐만 아니라 부자들까지 수탈의 대상이었다. 조선이 멸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한 것도 어떻게 보면 향리의 폭정으로 인해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났고 이는 동학농민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 동학을 진압할 힘이 부족했던 조정은 청나라를 끌어 들였고 이를 빌미로 삼아 일본군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승리로 가져감으로써 조선에 대한 주도권을 쥐었고, 이는 치욕스런 한일합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뇌물의 역사>은 은나라, 조선, 로마, 프랑스를 아우르면서 매우 밀도높게 역사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주는 책이다. 상당한 몰입도를 가지며 지나간 역사를 통해 뇌물이 가진 위력과 뇌물로 인해 파생된 문제점, 부정 부패가 왜 끊어지지 않는지 등 다각도에서 뇌물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으로 별 10개 모자랄만큼 강력하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역사를 다뤄서 그런 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집중하면서 읽었다.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 접목시켜서 주목도가 높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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