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를 다시 기성세대에게 묻고 싶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왜 나오게 되었고 3포 세대, 7포 세대를 넘어 N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연유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정치 구호 속엔 국민을 위한 정치나 마음 보다는 정쟁이나 당파 논리에 휩싸여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다. 어김없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선거철만 오면 길거리마다 명함과 유인물이 뿌려지고 기계적으로 기호 몇 번을 외치는 인사와 귀 따가운 확성기 소리만 남발할 뿐 오직 표를 얻기 위한 노력 외에는 없는 듯하다. 지키지도 않을 선심성 공약과 일단 배지만 달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회의원. 평소 들를 일이 없는 재래시장에 찾아와 악수와 웃음을 흘리고 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씁쓸한 이유다. 과연 누구를 위한 나라일까? 기득권층과 부유한 소수의 국민만이 대접받는 세상이다. 아무리 위법을 저질러도 교도소에선 극진한 대우를 받을뿐더러 곧 광복절 특사다 뭐다 해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금의환향 한다.
정치권은 서로 공천받겠다고 저들끼리 치고받고 싸운다. 어떤 원칙도 기준도 없다. 정치가 바뀌지 않는 건 그들을 제재할 법안이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표류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의원을 보면 대부분 명문대나 판검사, 변호사, CEO 출신이 유독 많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이 되려 기득권층이니 국민의 손과 발이 될 수 있을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성찰과 정치권에 던지는 쓴소리는 공감한다. 그런데도 불편한 시각은 곳곳에 존재했다. 작년 광화문 시위에 대한 논설은 거의 보수세력에서 보는 시각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중도적인 입장에서 본질을 본다기 보다 시위대는 테러리스트로 둔갑해서 사회을 혼란시키는 악의 축일 뿐이다. 프랑스나 독일의 시위는 이보다 더 격렬하다.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요구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도 제대로 보장받은 적이 있을까? '독선과 폭력은 법치국가의 적이다'라면서 경찰의 과도한 과잉진압과 채증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한다. 균형을 잃은 시각이 아쉬울 뿐이다.
면세점 인허가권도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어차피 대기업들만 입찰했고 롯데 면세점이 몇 군데 탈락했다고 깊은 충격에 빠질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국정교과서만 해도 짧은 시간 내에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현행 교과서가 줄곧 편향되었다고 말하는데 사실 근현대사만 해도 다루지 않은 사건들이 많다. '지금의 검인정 교과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문제가 많은 교과서를 배우고 시험까지 치른 것일까? 미래 세대에 올바른 역사관은 무엇일까? 뉴라이트에서도 주장한 것과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교학사판 역사 교과서를 단 학교도 채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책임을 왜 떠넘기려 하는 걸까? 뜻있는 사학교수와 시민단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는 듣지 못한 걸까? 국정교과서로 통합하는 것은 바로 역사를 획일화의 틀에서 보겠다는 것인데도 말이다. 역설적으로 정치와 경제가 바뀌지 않는 이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쓴소리를 하지만 권력을 쥔 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오히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 바뀐 것 없이 그대로가 아닌가? 근데 부록에서 '우리 삶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혁명가'라는 꼭지는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내용이라 낯간지러웠다. 그로 인해 정치권에 새로운 변화를 끌어냈다거나 좋은 선례를 남겼는지 잘 모르겠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박 대통령 쪽에서 키워준 측면도 적지 않다는 대목은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키워주기 위해 일부러 자택감금시키고 납치하려고 했을까? 인과론적인 접근은 이렇게 위험하다. 오랜 기간 국회의장을 역임하면서 뭔가 정치권과 사회에 쓴소리와 대안을 제시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해 아쉬웠다. 최근 언론에 기고된 글들을 취합한 뒤 그 글에 논평을 다는 방식을 취하는 이 책은 되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걸 재확인시켜준 것 같다. 정말 중요한 치부의 근원까지는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표피적인 형태로만 전하는 메시지에서 한국 정치가 바뀌지 않는 이유를 그대로 드러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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