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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 :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휴식이 되고 휴식이 삶이 되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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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필연적인 되물음이 있다. 오늘 그리고 내일도 난 행복한가? 번잡한 도시생활,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 지배하는 카오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행복은 저 멀리 솟구친다. 어느새인가 도시에서의 삶은 유통기한이 붙은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비교당하며 마음은 언제나 불안했고 불편했다. 그래서인지 조급증을 쉬이 거두지 못했다. 전망대에 올라 도시를 바라보면 그 속에 조그마한 내가 있을 뿐인데 우린 치열한 경쟁구도와 경제적 우위, 신분격차에 시달리느라 나를 돌볼 겨를이 없다. 소박하고 소소한 일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언제부터인가 어릴 적에 뛰어놀던 동네 텃밭의 풀내음이 그립다. 그때만해도 자연과 벗하고 이웃 간의 정을 나눌 수 있었는데 이젠 담을 쌓고 있구나.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날에 우린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았고 누구보다 열심히 내일의 희망과 성공을 이루기 위해 나를 담금질 해왔던가. 돈만 많으면 행복은 따라온다는 믿음이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6~80년대 경제성장기에는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 몇 년새 역으로 귀촌·귀농을 택한 인구수가 급증하고 있다. 2010년에서 2011년 사이에 9천가구가 늘었다. 이는 청년실업과 고용불안의 장기화, 비정규직 확산에 영향을 받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방송에서도 소개를 많이 해줘서 동경하게 된 이유도 있을 듯 싶다. 귀촌과 귀농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정책과 이를 돕는 지자체의 지원도 절실하다. 요즘 관련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는 터라 이들이 택한 선택이 옳게 보이기도 하다. 아마 귀촌·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제주이민을 생각하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까? 태고적 신비를 품고 있는 제주도는 이국적인 풍경과 천혜의 자연으로 둘러쌓인 곳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새하얀 모래사장이 반짝거린다. 올레길도 잘 닦여있어서 걷기에도 좋다. 마치 휴양을 온 듯 마음을 싱숭생숭 두근거리게 한다.


이 책을 쓴 김재이 씨는 회사들이 밀집한 구로디지털단지에서 회사원을 상대로 음식점을 운영했다. 홀 운영과 배달 장사까지 겸하고 있어 눈코들새 없이 바빴고 저렴하게 판매하는 박리다매 방식였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개업 5주년 차에 미뤄둔 결혼식과 신혼여행으로 꿈같은 휴가를 보내고 왔지만 그 사이 주문 배달은 전멸했고, 고객수도 절반이 줄었다고 한다. 게다가 건물주의 계약기간 만료로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는다. 시설비와 권리금을 건지지 못하고 나왔고 인근에서 새 가게를 차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가게를 운영하며 경주마처럼 바쁘게 산다. 근데 가게일을 돕기 위해 배달을 나갔던 남편이 사고를 당하고, 가게와 병간호를 둘 다 할 수밖에 없던 김재이 씨는 서서히 지쳐갔다. 건강에 적신호가 커졌고 2011년 남편과 함께 귀촌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제주도의 한 폐가를 보고 운명처럼 계약을 맺게 되는데 처음부터 쉽게 풀리는 일은 없었다. 프로그래머였던 남편은 이제 목수가 다 되었고 집안 인테리어도 뚝딱 해낸다. 건축학교에서 배운 경험과 지인들과 함께 집을 수리한 경험 덕이다. 역시 지인을 알아두면 상부상조할 수 있고 혼자서는 버거운 일도 여럿이서 힘을 합치니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집 수리기와 돈가스 단일메뉴만을 파는 음식점 '데미안'에 얽힌 사연까지 일단 사람은 환경에 부딪히면 못해낼 것이 없음을 알게 된다. 또한 현실적인 귀촌 정착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에는 그녀가 인연을 맺은 부부들에게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 안에 진정한 삶과 행복이 숨쉬었고 그들의 현재 모습이었다. 또한 제주도는 귀촌·귀농인구가 늘어나면서 땅 값이 몇 배로 껑충 뛰었다고 걱정이 많다. 게스트하우스와 팬션 건설이 붐이었다가 거품이 점점 꺼지는 추세이고 되려 요식업은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데미안'은 이제 현지인 단골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자주 찾는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적게 벌면 적게 버는대로 살아도 행복한 곳이 제주도다.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고 주변 텃밭에서 파찌도 얻어오기도 한다. 그들의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앞으로의 삶을 생각했다. 2011년에 이주해서 정착한 지 올해도 6년차인 이들 부부의 도전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애써 옆집 누구와 나를 비교할 필요도 없고 있으면 있는대로 살고 없으면 또 없는대로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삶이 내게 평안과 안식을 줄 수 있으리라. 도시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봐도 본전치기인데 그 많은 것을 버리고도 훨씬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꿈꾸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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