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맨부커상 수상자의 작품으로 화제가 된 책이다. 2권에 걸쳐 방대한 양의 책을 썼다는 점도 놀랍지만 등장인물 소개와 배경 설정, 루미너리스 지도까지 매우 촘촘하게 설계되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이렇게 호흡이 긴 장편소설을 집필해냈다니 대단한 재능이다. 32개국에 번역 출간된 베스트셀러이며 가디언과 옵서버, 인디팬턴트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히기까지 했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는 특이한 문양의 원 안에 이름들이 적혀있는데 바로 열 두 남자들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에 얽힌 살인 미스터리를 쫓고 있다. 주인공들은 점성술에서 말하는 별에 해당되는 사람들인데 워낙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전체를 이해하면서 읽기에도 벅찼다.
19세기는 뉴질랜드도 금광 열풍이 불어 너도나도 금맥을 캐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던 시기였다. 금을 캐면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었고 한마디로 인생역전이 가능한 시기였다. 호키티카 마을도 그 중에 하나였는데 발퍼라는 사람이 월터 무디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온통 남자들 뿐인 비밀스런 어느 호텔의 흡연실에서 열 두 남자를 만나면서 천천히 사건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별, 행성, 육지, 영향력 따위로 나뉘어서 이걸 한 번에 이해하며 읽는다는게 머리를 아프게 했다. 장편소설은 등장인물 간의 관계도가 파악되면 몰입하면서 읽기 쉬운데 루미너리스는 소설 속에 점성술의 틀이 녹아있어서 줄거리를 제대로 알려면 점성술을 알아야 이해하기 빠를 것 같다.
1부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1권에서는 한 사건 안에 열 두 남자 뿐만 아니라 모든 주변인물들과 관련되어 있고 은둔자의 죽음, 창녀의 자살소동, 부유한 청년 실종사건 등 굵직한 미스터리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 초반에 나오는 월터 무디가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화자로 등장하는데 살인 사건은 역시 범죄자가 누군인지를 밝혀나가는 일이라 확실히 몰입하긴 좋은 소재다. 1권에서는 사건을 풀어놓느라 지루하게 꾸역꾸역 넘겼다면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하나둘 잡아가면서 읽는 재미와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1권보다 2권은 훨씬 더 두꺼운데도 과연 사건은 어떻게 해결될 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아마 1권은 2권의 사건을 완결짓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고 시간과 공을 들여 읽는다면 확실히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런 재능은 어디서 왔을까? 복잡하게 얽힌 여러 건의 사건과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완벽하게 책으로 만들어냈고 게다가 흥미를 더해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역량을 가진 소설가가 나오길 기대하며 앞으로의 후속작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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