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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펜화로 읽는 한국 문화유산 : 펜 끝에서 살아난 우리 건축 천년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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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흑백 사진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섬세하게 펜화로 그려낸 그 정성과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펜화로 그려놓은데다 문화재에 얽힌 역사까지 작가 나름의 답사로 풀어놓으니 제법 읽을 맛이 난다. 어찌보면 문화재 답사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여태껏 시간에 쫓겨 깊게 들여보지 못하고 겉핥기만 하며 지나치곤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저자는 경상북도, 전라도, 서울, 경기, 인천, 부산, 경남, 강원, 충청 등 전국 각지를 돌며 부단히 그려냈는데 지난 94년 펜화가로 전환한 후로부터 작가말로는 억수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원래는 공업디자인을 전공했던 상업적 디자이너로 굵직하고 다양한 디자인 업무를 수행하며 한국 유일의 '디자인 앰배서더' 칭호를 받았던 저자는 우연히 프랑스 파리에서 펜화를 만나며 운명이 바뀌게 된다.


근데 문제는 펜화에 몰두하면서 소득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가족 간의 불화가 끊이질 않았다. 돈이 크게 들지 않는 펜화로 부단히 독학하며 그리다 개인전도 열며 어느새 한국의 대표작가로 선발되기도 하며 현재는 세종대 겸임교수 겸 한국펜화가협회 회장으로 있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펜화만으로도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음에 감탄하게 되고 외진 곳도 마다하지 않고 답사하면서 그린 작품들을 보며 글을 읽으니 더욱 우리 문화유산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으로는 예전 신문만 해도 펜화로 그린 그림들이 곧잘 실리고는 했었다. 정교하지는 않아도 제법 잘 그린 그림이었다. 덧붙이는 글에 보면 김영택 화법이란 꼭지에서 저자는 사라져가는 기록펜화를 한국에 재탄생시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펜화로 그리면 사진에서는 잡아낼 수 없는 원근법과 인간의 시각으로 다른 것을 발견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펜화는 서양화에 근간을 둔 것으로 중요한 것은 크게 기억하고 주변부는 흐릿하게 보이는 특성을 나름의 화법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저자의 펜화가 얼마나 섬세한 작업인지는 뒷장의 대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0.03mm의 펜촉으로 작품을 완성하는데 50만법 내지 많게는 80만법을 그려야 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즉, 하나의 선을 그리는 작업을 그만큼 해내야 한다고 하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며 아직 우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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