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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위대한 개츠비




이방인, 어린왕자에 이어 이정서 씨의 세번째 번역서인 <위대한 개츠비>가 나왔다. 이번에도 꽤 많은 분량의 역자노트가 실려있고 67군데에서 오역을 지적해냈다. 독자 입장에서 원문에 충실한 번역서가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무삭제 완역본 혹은 완전판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들도 많다. 서점가에는 하나의 고전 작품에 여러 출판사의 번역가를 거쳐 나온 책들이 넘쳐난다. 즉, 어느 번역가가 손을 댔느냐에 따라 작품을 읽는 느낌이 다르다. 같은 작품이지만 해석의 여지가 다를 수 있으며, 문체와 가독성에도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독자들은 선호하는 출판사 혹은 번역가의 책을 고를 수밖에 없다. 애초에 원문이 가진 문장을 그 뜻대로 해석을 했다면 이런 혼선도 없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누구나 인정하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타임> 선정 20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불리우는 작품이다. 몇 년전 영화로도 나온만큼 이미 대중들에게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만큼 유명한 작품인데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여러 출판사에 나온 책을 읽어봤다면 그 차이점을 분명하게 알텐데 역자노트에서나마 김욱동 역자와 김영하 역자가 쓴 것을 대조하며 보니 분명 놓치고 있는 부분도 발견되고 문체부터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중 나온 번역서만도 60여종에 이를만큼 선택의 폭이 넓지만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믿고 읽을만한 지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에 읽은 <위대한 개츠비>는 원본과 대조하며 이정서 씨가 전체를 다시 번역하면서 훨씬 원문의 느낌을 잘 살리려고 노력한 듯 싶다. 




항상 번역의 과정은 제2의 창작이라며 출판계에 뜨거운 논쟁거리를 낳고는 한다. 누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오역을 되짚고 독자들에게 그 당시 사회상을 이해하고 번역을 할 때 어떤 뉘앙스로 썼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까이 보기 위해 그녀가 사는 근처로 집을 옮긴 개츠비, 개츠비는 속물에 백치미를 갖고 있는 데이지를 사랑하지만 데이지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 한 남자의 맹목적인 사랑, 사랑에 눈이 먼 로맨스 소설일까? 데이지가 스스로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밤 파티를 여는데 이 정도로 순정남이 있을까? 어떤 배경도 없이 가난했던 개츠비가 부유한 사업가의 선택을 받아 '제이 개츠비'로 개명하고 부를 등에 입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데 그의 곁에 톰 뷰캐넌은 의심을 쭉 해온 인물이다. 조던, 닉, 윌슨 부인, 베이커, 머틀, 캐러웨이 등 등장인물들을 통해 서로 얽힌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역자노트는 오역에 대해 지적하는 것 외에도 <위대한 개츠비>라는 책을 더욱 깊게 이해하는 데 또다른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우리가 놓치고 읽은 것들은 무엇인지 또 다른 고전 작품들이 원본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어 나온다면 독자들에게는 큰 즐거움이 될 듯 싶다. 역시 번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전 작품을 읽는 묘미가 다르다는 걸 재확인하게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