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직업으로서의 연차가 오래되고 그래서 숱한 경험을 쌓아왔지만 여전히 직장생활은 힘들고 어렵기만 하다. 내 스스로가 주기별로 슬럼프에 빠지거나 기운이 내려앉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겠지만 성취감이 떨어져가고 있어서다. 직장에 얽매이는 것도 아닌데 그저 월급과 휴가를 바라보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근무시간에는 열심히 일하고 모든 업무를 처리한 뒤에 되도록 야근없이 일하는 내 스타일이 어느 회사에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청년 실업률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취업에 고민이 많다고 하던데 이게 다 밥벌이와 경력 쌓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직장은 들어가기 전에도 걱정, 들어가고 나서도 걱정이다. 직장 문화와 어떤 상사를 만나게 될 지, 업무 스타일이나 포지션, 같이 일하는 동료들, 복지 수준 등 이래저래 우리를 옭아매는 것들이 많다.
아마 저자도 나와 같은 고민을 갖고 이 책을 집필했을 것이다.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얻은 경험을 담아서 취준생과 직장인에게 고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미 아는 내용도 있고 공감가는 부분도 많다. 내가 겪은 일들만 해도 책 한 권은 거뜬히 낼 정도는 아니지만 부당한 대우나 불합리한 처사, 임금체불, 권위적인 직장 문화 등 안 좋은 일들이 자주 겪다보니 일종의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관련 커뮤니티에 가도 비슷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 어차피 회사라는 존재는 뼈를 묻을 각오로 있는 곳이 아니라 내 직업역량을 키우고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경력을 발휘하기 위해 일하는 곳이라 생각하면 조금 편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읽을만한 요소는 저자가 영화를 많이 봤는지 영화에서 찾은 밥벌이 가이드도 꽤나 쏠쏠하게 읽을만한 부분이다.
책 표지에서 드러나듯 어차피 해야 할 직장생활이라면 조금 현명하게 처신하고 무작정 출퇴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앞길을 생각하면서 경험과 능력을 올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나는 작년 말부터 시작된 고민을 여전히 떠안으면서 일하고 있다. 계속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견딜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프리랜서로 내 시간을 마음껏 쓰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해봤다. 해보고 싶은 것도 있고 나답게 살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창업하는 것도 경계한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나 경력으로 쌓은 기술의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버텨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히려 취준생들이 사회초년생이 읽으면 괜찮은 책이다. 적어도 직장생활하면서 겪을 일들을 미리 대비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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