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정신 소설향 특별판 시리즈 중 한 작품인 <죽은 올빼미 농장>은 제목만큼이나 등장인물 모두 고독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인형과 함께 사는 주인공은 어느 날 사서함으로 의문의 편지가 2통이 배송되었는데 발신자와 수신인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혹시 전에 살던 사람으로 착각해서 보냈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는지 4박 5일 휴가를 발신자 주소인 고성으로 내려간다.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찾아갔지만 죽은 올뺴미 농장은 찾을 수 없었는데 읍사무소 지적도까지 확인한 다음에도 위치는 맞는 것 같은데 농장은 그 주위에 없었다. 그리고 잊고 지내다 작가사로써 김 실장과 같이 일하고 있던 주인공은 그에게 죽은 올빼미 농장에 대한 얘기를 꺼내놓는다.
김 실장은 고성에 단골로 가던 카바레 사장님에게 얘기해보라고 전하고 다시 고성으로 내려가 마을 주민에게 알아본 끝에 과거에 있었지만 지금은 폐허만 남은 흰배 까치 농장을 찾아낸다. 들샘은 말라버렸고 녹슨 문과 그 흔적만 남은 농장을 뒤로 하고 다시 돌아온다. 그에겐 인형이 있었는데 처음엔 인형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인 줄 알았지만 책을 읽다보니 대화체가 없는 걸로 봐서는 혼자 사는 고독을 인형에게 말을 걸면서 지내온 것 같다. 오랜 시간 혼자 살았던 건 주인공만이 아니라 대학 동기이자 친구인 민도 마찬가지다. 학원을 운영하는 그녀는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녀도 오랫동안 혼자 지내고 있다. 이제 철거만 남은 아파트 단지를 주인공과 같이 산책하고 사진도 찍는다.
주인공과 같이 샤워를 하고 섹스를 하지만 그 이상으로 발전하지도 않는다. 아파트먼트 키즈로 자라온 그들은 이 도시에 살면서 공허함만이 가득한 것 같다. 쉽게 사람을 만나 관계를 나누지만 그 안에는 충동적이거나 격한 감정이 없다. 기획사에서 키우기 위해 오디션을 봤던 해이리라는 여고생도 어떻게 보면 부유한 가정에 태어났지만 개가 자신을 대신해 자살했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것도 이사를 오기 전에 스패니얼을 포함해서 두 번이나. 해이리에게 내재된 억압과 가수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주인공 주변에 여성스럽게 하고 다니는 손자라는 작곡가가 있다. 백인 남성과 사귀는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동을 느끼는 것 같다. 읽으면서도 캐릭터가 정상은 아닌 듯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시 죽은 올빼미 농장으로 찾아가 들샘을 파헤치고 그 안으로 인형을 던져버린다. 편지 2통을 태워서 함께. 자신을 가둬버렸던 과거를 들샘에 모두 버린 뒤 죽은 뼈들이 떠올랐다. 농장에서 살았던 동물들의 뼈인 듯 싶다. 그리고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서둘러 올라온 주인공은 민과 함께 해이리의 콘서트장을 찾는다. 미리 부탁한 자장가가 무대 위에서 불려지고 드디어 자장가는 완성을 짓게 된다. 읽으면서도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던 건 감정도 없이 무미건조한 주인공의 모습과 심리적으로 불안한 다른 등장인물들이 교차되면서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를 바가 없는데 허무함만이 가득한 그가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갈 지 상상하게 되는 책이었다. 택시를 타고 영원히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어디로 달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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