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다. 여행도 휴식처럼 보내지 못하고 일정마다 꼼꼼하게 가야할 곳과 버스 노선까지 체크해야 안심이 되었다. 그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면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남들이 맛있다는 맛집을 찾아갔지만 만족스러웠던 적은 별로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에 실린 문구를 읽으면서 여행의 참 의미를 생각했다. 유난스럽게 사진을 찍어 인증샷을 남기고 허겁지겁 관광지와 맛집을 둘러보느라 바쁘게 돌아다닌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위한 여행을 해야 한다. 성공한 여행도, 실패한 여행도 없다. 연착이 되거나 방향을 잃고 낯선 길을 걸어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계획한대로 순조롭게 일정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그 상황을 즐기며 많은 것을 비워낼 때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에 좀체 여유롭고 한가하게 여행하지 못했다. 남들이 가봤다는 여행지를 찾았고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을 먹기 위해 먼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예전에 홀로 여행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고생스럽게 하루하루를 빡빡한 일정으로 돌아다녔다. 현지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지 알아가는 재미와 계획에도 없던 일들이 우연히 펼쳐질 때 우리는 여행의 묘미를 만끽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금 변명을 해보면 우리의 여행 기간은 무척이나 짧다. 그 기간에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볼 욕심에 무리한 일정을 짜는 지도 모르겠다. 여행은 늘 떠나기 전의 설레임과 평소에는 경험해보지 못할 장소에서 특별한 일들을 함께 하기 때문에 다녀오고 나서도 다시 다음에 떠날 곳을 기대하게 된다.
여행에 대한 기억을 만년필로 그린 그림에 담은 저자는 세계 곳곳을 필름카메라로 찍고 스케치했다. 선으로만 그린 그림이 기억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낯선 곳, 처음 가보는 지역, 타자로서 그 공간에 머물며 무엇을 얻고 올 수 있는가? 이 책을 빠르게 읽어나가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즐기라는 것이다.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쉼을 위한 여유를 충분히 즐긴다면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느라 자신의 여행을 하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평안해야 한다. 여행을 하면서 행복함을 얻고 오늘 주어진 행운에 감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억에 남을 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 나를 내려놓고 오늘의 기적을 마음껏 누린다면 여행도 또 내게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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