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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차별의 언어 : 무심코 쓰는 일상언어로 본 우리 사회의 차별의식



다문화 시대에 우리들은 외국인에게 열린 마음으로 대하며 살고 있을까? 우리가 쓰는 언어를 보면 상대 민족과 나라를 비하하는 단어가 넘쳐난다. 1970년대 이후 지속된 단일민족이라는 민족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된 결과 외국인을 혐오하고 은근 멸시하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다. 동남아와 이슬람,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집중되었고 이제는 제주 예맨 난민을 통해 제노포비아가 확산되어 없는 공포마저 조장한다. 한국인들은 꺼려하는 3D 업종에 취업한 외국인들은 임금체불과 부당한 요구, 불합리한 노동 환경(고용허가제에 따라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사업주의 동의없이 사업장 변경 불가)에서 일하는 등 개방적인 사회라고 보기에는 여전히 고정관념과 편견이 강해 색안경을 끼고 본다. 

요 몇 년 사이 '틀리다'와 '다르다'를 혼용해서 말하는데 왜 다른 것을 틀리다라고 쓰는 지 이상했다. 국어 수업에서는 분명 틀리다와 다르다의 어법을 배워 썼을텐데 언어적 오용은 잘못된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고려 시대만 해도 원 나라 공주와 약혼 결혼을 해서 혼혈 왕이 나라를 지배하는 등 무척 개방적인 사회였다고 한다. 고구려의 전통을 계승한 고려답게 중국, 일본, 거란, 여진, 위구르 출신의 수많은 귀화인을 환대하였고 그 중 후주에서 온 쌍기는 노비안검법과 과거 제도를 제안해 선진적인 제도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이다. 광종은 외국인이라도 재능이 뛰어나면 자국의 관리로 삼았다.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외국인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되는 등 상당히 외세 문화를 배척하였다.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우리가 쓰는 언어에서부터 차별적 요소를 없애나가지 않으면 다문화 시대에 역행하여 특정 민족을 혐오하는 제노포비아로 외부와 단절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무심코 쓰는 언어 속에는 우리가 단일민족이라는 생각이 지배하여 타민족을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문제의식을 갖고 내가 쓰는 말부터 고쳐나가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는 '국민교육헌장'을 암기하며 민족의식을 싹 틔웠다면 이제는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다양성 선언'를 읽으면 차이와 다름을 인정할 때 편협한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여행을 자유롭게 오가듯 열린 생각으로 서로가 다르지 않음을 알고 이제 차별의 장막을 걷어내야 할 때이다. 그럴 때 한국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