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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제각기 사연을 가진 9명의 이야기를 9편에 담은 단편소설집이다. 이제는 길거리에서도 쉽게 외국인을 마주치고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떠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세계인과 함께 이 지구를 살아가는 일원으로 활발하게 문화 교류를 한다. 하지만 유독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부류에게만큼은 냉담한 사회인 것 같다.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덧씌워진 사회에서 이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일 뿐이다. 국외이주자, 재외국민, 교포, 조선족 등 한국인이라는 뿌리는 같지만 국적이 다른 이들은 한낱 외국인일 뿐이다. 혼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고 이상한 시선으로 봤던 이 사회의 이중성은 그들이 이 땅에 설 자리를 잃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해외로 입양된 아이가 커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으로 찾아왔을 때 이 낯선 나라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한 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우리들은 쉽게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 제노포비아는 이방인에 대한 혐오현상을 말하는데 개방성과 포용성을 잃어버린 사회에서는 이들을 받아들일 마음이 되어있지 않다.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완벽한 주변인. 실존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에 온 폴의 하루를 통해 본 한국의 모습은 저마다 팍팍하게 사는 모습이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고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과 자신을 재단하고 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도 백인이 주류인 사회에서 주변인일 뿐인 그는 현실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우리는 어디에 속한 사람들일까? 세상에 태어나 한 곳에 머물다 가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인지 모르겠다. 지나친 민족주의와 혈족, 씨족에만 관심을 두는 우리에게 이해하기 힘든 영역일 지 모른다. 

세계의 흐름은 계속 변하고 있다. 이제 국제 결혼은 생경한 일이 아니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서로 잘 어울리는 사회로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마다 얽힌 사연들은 어느 누구에게 일어났을 법한 일들이다. 조금 더 이들을 품어줄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곁을 내어줄 수 있고 잘 정착하도록 작은 마음 씀씀이를 보여주면 좋겠다. 적어도 국제 결혼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지 않은가. 무엇이 가장 한국적인가를 고민할 때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다. 피부색이 다르고 국적이 다르면 외국인으로 취급받는 사회. 그렇게 단절된 사회에서 이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변인이다. 임재희 작가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지만 그가 애도하며 쓴 소설집은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해보게 되는 깊은 울림이 있다. 현실감있게 전해지는 사람들간의 대화와 등장인물의 설정은 우리가 애써 감추려 했던 민낯과 이중성을 드러내보이며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