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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사물의 중력 : 사소하지만 소중했고 소중하지만 보내야 했던 것들에 대하여



사물과 관련해서 소소하지만 재기발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니냐며 비슷한 경험담에 공감하기도 하고 소비와 소유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물건에 대한 집착은 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몇 년간 소중하게 다뤄온 물건이 망가지거나 분실되버리면 안타깝고 서운한 기분이 들 것 같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아껴서 잘 쓰려고 하는 편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동네 친구들과 많은 놀이를 하며 보냈는데 내 손 안으로 종합선물캔디 상자를 꽉 채운 딱지를 발견하고 급흥분했던 적이 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딱지가 한가득이라 보물단지 모시듯 소중하게 여겼는데 지나와보니 그때 뿐이었던거다. 내 노력으로 얻은 물건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값어치를 잃어버리는 것들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 것과 같다. 단지 내 기억에서 머물 뿐이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사물은 곧 자신의 취향과 삶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무책임한 소비를 반복하기 보다는 오래 다룰 수 있는 사물들로 적게 소유하는 미니멀라이즘도 고려해볼만 하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내가 소유했던 물건들에 대한 기록이자 내 삶의 인텍스 같은 것이다."라고 이 책을 정의했듯 소유한 물건을 바라보면 삶의 풍경들이 그려진다. 그래서 더욱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다고 느끼는 건 평상시에 소비하는 물건이나 어떤 물건을 지니며 다니는지에 따라 확실히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성향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다. 그때는 좋았더라도 지금은 싫을 수 있고, 그때는 싫더라도 지금은 좋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증명하는 물건들에 얽힌 추억들은 깨알같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에피소드가 된다.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살기 보다는 삶에 필요한 최소한 것만 남겨두고 그 외의 것은 천천히 내려다 놓는다면 사물에 대한 집착이나 애증관계도 사라질 것이다. 사물 하나만을 두고도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걸 보고 그런 게 바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할 것도 없지만 사물이 이끄는 중력에 따라 소중하게 간직한 기억들만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