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오직 나라를 지켜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목숨을 바쳐 싸운 조선의용군은 우리가 후대를 이어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일본 관료와 친일파 암살, 관공서 폭파와 같은 무력으로 항일투쟁 최선봉에 앞장섰던 의열단은 약산 김원봉을 중심으로 1920년대에 조선총독부와 동양척식회사, 밀양경찰서 등에 폭탄을 투척하는 의거를 감행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영화 <밀정>, <암살>의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이 조직은 혁명가 양성을 위해 중국 국민당의 지원을 받아 난징에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설립하여 의거활동에 중심추 역할을 하였다. 1기부터 3기까지 125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하였고, 주요 졸업생으로 윤세주, 김세일, 서휘, 이육사 등이 있다. 조선 독립을 위해서는 좌우를 가릴 일이 아니었기에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던 김구는 공산주의자로 의심한 김원봉이 이끄는 청년들의 동참을 원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오직 조선 독립을 앞당길 수만 있다면 이념보다 우선시되었던 것이 있었다.
KBS 기획제작국 소속 프로듀서로 중국 동북지역의 독립운동사에 관심이 많던 저자는 조선의용군의 루트를 따라가면서 알게된 사실들을 책으로 엮었다. 무려 80년 만에 그 베일이 드러날 수 있었던 건 현장에서 그 당시의 터를 찾기 위해 애쓴 저자의 끈질긴 노력 덕분이었다. 이 책을 통해 발굴해낸 대부분의 사실과 사진들 중 처음 보거나 알게된 것들이 많았다. 누군가 애써 보존하거나 기억해주지 않으면 몰랐을 사실들이다. 더욱 큰 문제는 그 터가 어디쯤에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사실이다. 조선의 대표적인 무장 세력 중 임시정부의 광복군과 만주의 항일빨치산, 그리고 조선의용군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조선의용군의 대오가 가장 많았고 최전선에 있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념을 넘어 왜 그들이 목숨을 바쳐 조국을 위해 싸워해했는지 이제는 재평가를 받아야할 시점이다. 군사 시설조차 중국 국민당의 지원이나 협조를 얻지 못하면 독립적으로 투쟁할 수조차 없었던 열악한 환경에서도 일제를 계속 압박하고, 친일파들을 암살하기 위해 앞장섰던 그들을 이제 이 책으로 온전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찾아가는 길도 함께 실려있는데 저자는 역사의 현장을 발굴하기 위해 10,000km를 쉼없이 달려왔다. 단지 사료와 문헌에서만 존재했던 실체를 두 눈으로 목도했을 때 심정을 어떠했을 지 감히 헤아려 볼 수조차 없다. 그 벅찬 감격과 이제야 기억해내고 찾아왔다는 죄송함이 섞여있을 것 같다. 지난 80여년 동안 아무도 이들을 기억하지 않았음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만주 벌판과 중국 곳곳에서는 독립을 위해 청년들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학교를 설립하고 군사 훈련을 시키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저자와 함께 조선의용군의 행적을 따라간 역사 기행은 대단히 흥미로웠다. 교과서에는 짧게 기록된 역사의 원형을 밝혀내기 위해 꽁꽁 숨겨져 있던 그 현장과 이들이 벌인 투쟁의 기록들은 후대를 이어갈 자손들에게 자랑스러운 항일 투쟁의 역사로 기억되길 바란다. 우리가 또렷하게 기억해낼수록 다시는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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