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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서울 백년 가게 : 골목 구석구석에 숨은 장안 최고의 가게 이야기



거리의 풍경을 한결같이 유지시켜 주는 데 있어 구심점이 되어 준 오래된 가게가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한자리를 지켜온 역사만큼이나 찾아와주는 단골손님들이 많고 그 자식들까지 미래의 단골손님이 된다. 이러한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몇 십 년을 대를 이어 명맥을 유지해오는 노포들의 존재가 크다. <서울 백년 가게>에 실린 곳들만 하더라도 꽤 오랜 역사를 지녀서 만일 이전하거나 폐업하게 되면 무척 아쉬울 것 같다. 사람들이 일부러 먼 곳에서 찾아오는 이유는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먹자골목만 해도 몇 년 사이에 폐업과 개업이 자주 일어나서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모처럼 찾아갔을 때 다른 가게로 바뀌고 나면 추억마저 없어진 것 같아 섭섭해진다. 어느 동네가 뜨고 나서 임대료 상승이 일어나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몇 개월 뒤 빈 가게들이 늘어나 거리의 풍경은 확 바뀌어 버린다.


이러한 현실에 비춰보면 수십 년간 전통과 역사를 이어나가는 노포의 가치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연수만 오래된 것이 아니라 대대로 이어져온 비법과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으로 특별함을 더하고 있기에 유독 단골들이 많다. 노포는 손님들과 함께 추억이라는 가지를 뻗어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든든하게 맛있는 한 끼를 먹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값어치 있는 물건을 사는 것만 아니라 세월을 거슬러 쌓인 정을 함께 나누는 사랑방인 셈이다. 사람들이 남겨놓은 흔적과 수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냈던 곳이기에 이제 우리에게도 백 년 이상의 명맥을 이어가는 가게가 생겨나길 바란다. 일본과 유럽은 몇 백 년간 전통을 가진 가게들이 많은 것을 부러워하기 보다 상생하며 이롭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 백년 가게>를 읽으면서 문득 없어지기 전에 여행하듯 찾아가 보고 싶어졌다. 홍익문고, 세실극장, 낙원악기상가는 몇 차례 찾아갔던 곳이라 반가웠고 대학로의 터줏대감처럼 지키고 있는 학림다방과 평양냉면의 진수를 선사한 을밀대, 동네 빵집의 산실인 동부고려제과는 실제 모습이 궁금하다. 장인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실체는 정직하다. 만드는 과정이 힘들고 손이 많이 가더라도 정성과 성의를 다한다.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 덕분에 항상 질이 떨어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맛이나 품질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건 단골들이 먼저 알아채버리기 때문에 허투루 소홀히 할 수 없었을 테다. 요즘 자영업 시장이 많이 어렵다고 한다. 모쪼록 사람들의 발길이 활발해져서 상권이 회복되고 최고의 가게들이 계속 한자리를 지켜나가길 기대해본다.




서울 백년 가게
국내도서
저자 : 이인우
출판 : 꼼지락 201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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