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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탐욕의 시대>, 피터 멘젤과 페이스 달뤼시오 공저인 <헝그리 플래닛>을 문제의식을 갖고 읽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지구 북반부에 사는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지구 남반부에 사는 사람들은 굶주림과 노동착취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무엇 때문일까? 저자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하던 기간 중 과테말라에 간 적이 있다. 문제의 핵심은 토지 소유주 중 1.86%에 해당하는 외국인 혹은 내국인이 경작 가능한 땅의 67%를 차지한다는 점인데 민간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저임금으로 노동 착취를 하는 동안 2015년 과테말라 어린이들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10세 미만 어린이 11만 2천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민간 거대 다국적 기업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막강한 로비와 실력행사를 펼친 결과 과테말라의 토지 개혁을 비롯한 더 나은 노동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막았고 결국 장 지글러의 현장 업무 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따르면 잉여 가치를 축적한 자본가의 자본은 계속 증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몇몇 부자들은 상상도 못할 거대한 부를 지니게 된다. 장 지글러는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생산 방식은 무수히 많은 범죄를 낳아 환경 파괴, 토양과 해양 오염, 숲의 파괴와 같은 일들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구 총 인구의 76억 명 중 약 48억 명이 남반부의 가난한 나라들에 거주하게 되었고,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만 해도 수억 명에 이른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시장에서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에는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물을 취득하였고, 공장에서 흘러나온 폐수와 오염원은 더 큰 문제를 낳게 했다.


이제 85세가 된 장 지글러는 손녀와 대화를 나누며 세계의 가난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진실을 밝혀나가는 책이다. 점점 또렷해지고 원인이 확실해졌다. 우리가 누리는 풍요의 대가는 가난한 나라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채워졌고, 이들은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이나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부패하고 힘없는 정부 관료들은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의 토지 소유를 막지 못한 채 자본주의 앞에 너무 큰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그들이 원래 게으르거나 가난한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그 이유와 내막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히고 충격적인 사실들에 분노마저 느낄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에 침략과 약탈로 빼앗은 과실을 통해 먼저 발전을 이룬 나라들이 이제는 자본주의를 앞세워 노동력과 자원을 값싸게 가져가는 것을 보면 야만적인 자본주의의 실태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무소불위의 사유재산 개념이라는 나쁜 덫이 우리에게 되돌아올 부메랑은 회복 불가능한 자연 파괴는 아닐까?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국내도서
저자 : 장 지글러(Jean Ziegler) / 양영란역
출판 : 시공사(단행본) 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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