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꿔야 한다"는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의 말처럼 환경은 직접적으로 삶의 질을 결정짓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이 주어진다면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놀이와 공간의 합성어인 슈필라움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저자는 여수로 삶의 거처를 옮긴 후 창조적인 삶을 살기로 합니다. 폐업한 횟집을 매입해서 화실을 꾸미거나 여수 남쪽 섬 함구미 마을 바닷가에 다 쓰러진 창고를 미역창고라는 작업장을 만듭니다. 바닷가 부근이라 습도가 높고 불편한 교통을 가진 곳에 미역창고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가 심했습니다. 사용가치에 중점을 둔 그는 반대를 뿌리치고 미역창고에서 행복한 이유를 끊임없이 찾기 위해 자발적인 외로움을 선택합니다. 미역창고는 슈필라움의 뜻을 그대로 실천으로 옮긴 사례입니다.
여수 앞바다에서 홀로 고독을 즐기며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낼 때 그는 행복감으로 충만해져서 창의력이 샘솟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농촌으로 내려가 시골살이를 하고 싶은 이유도 비슷합니다. 누군가 외로움을 감당할 자신 있느냐고 물으면 이미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다고 말해주겠습니다. 수많은 사람과 차에 시달리는 대도시의 삶에 살짝 염증을 느끼고 있어서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고 말하는 저자의 생활이 부러웠습니다.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과 함께라면 전혀 지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건 도시에서 살 때보다 마음이 여유로워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소유의 욕심을 내려놓고 오롯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만 신경을 쏟을 수 있고 자신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50대 후반에 접어든 저자가 아내와 떨어져 혼자 여수에 머물고 있지만 꾸준히 그림을 그리면서 작은 보트도 구입해 낚시도 하는 등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예전에 방송에서 볼 때는 날카롭고 모난 성격으로 보였는데 일본에서 그림을 배우고 여수에 머물면서 많이 부드러워진 듯 보였습니다. 작년 가을 여행 차 여수에 들렀을 때 화창한 하늘과 부드러운 햇빛, 주변에 펼쳐지는 풍광들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남해가 보이고 뒤로는 산새가 우거져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누구도 속단하지 못하지만 공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큰 변화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면 공간을 옮겨 나만의 공간 속에서 충만한 삶을 누리기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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