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에 소개된 뒤로 <걸리버 여행기>는 다시금 읽히고 있다. 유튜브에서 '걸리버 여행기의 결말'을 다룬 동영상을 보면서 이제껏 알지 못했던 후반부 내용 때문에 충격을 받았는데 무려 18세기에 조너선 스위프트가 쓴 책이다. 풍자 문학의 결정판으로 완역본에서는 소인국과 거인국 외에도 라퓨타, 후이늠이 등장하는 후반부까지 모두 읽어볼 수 있다. 걸리버 여행기라면 으레 소인국과 거인국을 다룬 모험을 떠올리기 쉽지만 당시 정치와 경제, 유럽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비판한 3~4부가 이 책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인지 모를 만큼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해서 마치 직접 경험하고 온 듯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티브가 된 라퓨타는 하늘에 떠있는 부유 섬이다. 그 섬에 사는 귀족은 항상 사색에 빠져 치기꾼이 없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기이한 곳이다. 겉으로는 훌륭해 보이는 인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위선과 잔인함을 보며 인간에 대한 혐오증과 함께 메스꺼움을 느낀다. 이는 지난 수백 년간 타락의 길을 걸어온 인류를 풍자한 것이다. 1~4부에 걸쳐서 똥과 오줌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결국 당신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냄새나는 똥을 싸는 육체적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이중적 잣대와 도덕적·윤리적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이 보이는 추악함이 똥과 오줌에서 나는 냄새와 연결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시대에 보인 통찰이 놀랍다.
'동물농장', '1984' 등 지금껏 읽히는 작품을 쓴 작가로 유명한 조지 오웰이 극찬한 작품답게 여전히 신선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스위프트의 묘비명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고 한다. "자유를 얻기 위해 평생 가슴에 맹렬한 분노를 간직하고 살아간 사람"처럼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천하기 위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쟁취하기까지 인류는 크나큰 희생을 치러야 했고 아직까지도 온전히 누리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율배반적인 인간의 행태를 보며 느꼈을 혐오감은 곧 풍자의 형태로 쓰이게 되었고, 그가 바라는 세상은 진리와 자유를 누리는 사회일 것입니다. 300여 년이 지나도 읽히는 고전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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