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살면서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하지만 막상 자신이 그 일을 겪고 나면 한동안 몹시도 힘들다. 헤어 나오기 힘든 슬픔이 나를 지배해버려서 무기력하고 무엇 하나도 내 마음 같지 않다. 겉도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집에 있을 때면 유튜브에서 CCM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 잃어버린 상실감을 치유하고 삶의 긍정을 되찾으려면 많은 방황의 시간이 필요했다. 저자인 줄리아 새뮤얼은 30년 가까이 사별의 슬픔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심리치료자이다. 사별의 아픔을 겪는 아이와 가족의 회복을 돕는 단체를 설립하였고, 2015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 제국 훈장까지 받았다.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 자녀를 잃은 내담자와의 상담을 차례대로 소개하면서 그들이 겪은 비극을 이겨내는 과정을 담았다. 각 장 마무리에 '생각해보기' 코너를 넣어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생각해봐야 할 점들을 분석하였다.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여덟 가지 기둥으로 고인과의 관계, 자신과의 관계, 슬픔을 표현하는 법, 시간의 힘, 몸과 마음 챙기기, 한계를 느낄 때, 삶의 기틀 세우기, 집중하여 들여다보기를 알아본다. 사별한 이후 현실로 되돌아오기 위해서 주변에 남아있는 가족이나 형제자매의 역할이 크다. 아무래도 이 책은 크나큰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괜찮다며 토닥여주는 따뜻한 위로로 감싸 안아주는 책이다. 천천히 훌훌 털어낼 수 있도록 지켜봐 준다고 느꼈다.
내가 겪은 상황을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상담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나와 가까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터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했을 때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에 나오는 내담자들의 이야기들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저자의 따뜻한 시선으로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모습에서 위안을 받았다. 누구에게나 예기치 못한 순간이 닥치기 마련이고, 결국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짐을 덜고 내게 남아있는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게 생명을 주신 분을 위한 마지막 약속이기 때문이다.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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