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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인생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 : 마이 페이보릿 시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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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

 

한때는 컴퓨터 Reset 버튼을 누를 때처럼 인생을 다시 싶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한 번뿐인 인생, 지나고 나면 끝인데 쓸모없는 현실도피성 망상이었다. 다시 시작할 수만이 있다면 좋겠지만 다 잊힐 일들이다. 그때는 마치 세상의 전부인 것 같아도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떠올려보면 사소한 감정을 쏟아냈을 뿐이다.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내 마음은 얼마나 출렁댔는지 모른다. 이미 지나버린 후에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나는 여물지 못했고 마음이 여렸다. 살다 보면 되돌리지 못할 일들이 참 많다. 잠시 판단을 잘못 내리거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수습하지 못할 상황까지 가기도 한다. 그럴 때면 정지 버튼을 누르고 정리된 생각으로 해결하고 싶다. 하지만 인생극장에서 멈춤이 있을까?

저자가 겪은 일들을 영화 속 내용과 함께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방식이라 편안하게 술술 읽혔다. 이미 경험해봤던 일들과 마주할 때면 그 순간이 겹쳐진다. 친구와의 사소한 말다툼이 커져서 졸업할 때까지 한마디 말도 주고받지 않았거나 어느새 연락 두절이 돼버리기 일쑤다. 이제는 매 순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살아간다. 인생의 목적 또는 목표가 바뀌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의 가치 기준이 달라져서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금세 회복해버린다. 이제는 발버둥 치며 애쓰지 않으려고 한다. 나에게 집중하고 천천히 걸어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추구하는 삶이 다르듯 목표 중심적 사고가 아닌 일상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내는 일일 것이다.

정지 버튼을 누르면 섣부른 선택으로 실수할 일이 줄어들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야 인생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영화를 보는 것도 간접 경험을 하기 위해서다. 나를 대신하여 살아보거나 그런 일들을 겪는 등장인물을 보면서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정답만을 쫓아 무의미하게 살아온 것 같다. 다 부질없는 일인데 숨 가쁘게 살아가다 잠시 멈추었던 시간을 지나며 행복함을 느낀 순간들이 생각난다. 다른 무엇으로도 방해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했음을 알게 됐다. 해방감을 느낀 기억 때문에 덜 집착하게 되었고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는 법을 깨달았다. 정지 버튼 대신 느린 배속으로 천천히 걸어갈 날을 오늘도 꿈꾼다.

 

인생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
국내도서
저자 : 이민주(무궁화)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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