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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스타인웨이 만들기

 

스타인웨이 만들기

 

K0862 번호로 불리게 된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의 겉면을 보자. 88개의 건반과 240개가 넘는 현, 페달 몇 개 그리고 욕조만큼이나 커다란 소리 통으로 대부분의 형태는 똑같다. 피아노의 길이는 2m 73cm로 상당히 큰데 그 안에는 수천 개의 작은 나뭇조각들이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고전적인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펠트 천과 금속 따위의 부속품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복잡하게 움직이며 일정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정밀한 구조를 지녔다. 이미 주문 예약이 몇 달씩 잡혀있어서 주문한 사람에게 돌아가려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스타인웨이는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모든 작업 공정들이 100여 년 전 그대로 수작업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가 명품으로 불리는 이유도 일정한 방식의 공정들이 한 땀 한 땀 만드는 수작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 흐름에 발맞춰 자동화 방식으로 찍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사양 사업으로 접어든 지금도 100여 년 동안 전통적인 작업 공정을 고수하고 있다. 무대를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로 꽉 채워줄 그랜드 피아노의 존재는 그 어떤 악기로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소리를 낸다. 피아니스트들이 그랜드 피아노에 민감한 이유도 내가 연주하는 소리에 작은 빈틈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세 때문이다. 저자는 11개월간 스타인웨이에서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인 K0862가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책에 빠져들게끔 맛깔나게 써서 지루할 새 조차 없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K0862이지만 피아노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까지 않은 스타인웨이 모든 직원들의 헌신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전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의 투철한 장인 정신과 스타인웨이 소속이라는 자부심이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이어 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우아하게 카네기 홀에서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하지만 그 뒤편에는 그랜드 피아노를 제작하는 노동자들의 땀과 힘든 노동이 있었다. 단순히 하나의 피아노 제작기를 뛰어넘어 악기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함께 있어서 몰입도가 높았던 책이다. 정작 그랜드 피아노를 제작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피아노로 연주하는 음악을 들은 적은 있는지 궁금하다.

 

스타인웨이 만들기
국내도서
저자 : 제임스 배런(James Barron) / 이석호역
출판 : 프란츠(Franz)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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