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4년에 창설된 '더 클럽'은 무려 20년간이나 지속되었다. 당시 심각한 우울증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던 새뮤얼 존슨은 아내가 죽은 후 3년 뒤에 <영어사전>을 완성하였지만 이후 별다른 작품을 내놓지 못한 시기였다. 친구였던 레이놀즈의 제안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제라드 스트리트에 있던 '터크즈 헤드 테번'에서 친구들을 불러 모아 작은 모임을 갖게 되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모여서 밤늦도록 술 마시고 대화를 보냈던 것이다. 점점 새로운 친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그 면면을 보면 영국을 대표하는 문인, 예술가, 역사학자, 경제학자까지 지성인들의 집합소였던 셈이다.
새뮤얼 존슨, 애덤 스미스, 에드워드 기번, 제임스 보즈웰, 에드먼드 버크, 조슈아 레이놀즈 등 18세기 문화를 빛낸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각 분야에서 최고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터크즈 헤드 테번'이라는 작은 선술집에 모여서 토론이나 논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영국 문화가 만개하게 된 이유를 알 것 같다. 마치 '알쓸신잡'처럼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서로가 성장해나가는 모임이었던 것이다. 전반적으로 전기 작가인 제임스 보즈웰의 '존슨전'을 토대로 당시 모임 분위기를 유추해볼 수 있는데 1773년이 되어서야 합류한 보즈웰이 자세히 쓰려고 한 덕분에 실감 나게 그려졌다.
새뮤얼 존슨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18세기 영국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삽화를 보면서 읽으니 굉장히 두꺼운 이 책에 조금이나마 집중할 수 있었다. 하나같이 쟁쟁한 이들의 이력과 당시 영국을 비롯한 국제적 상황까지 종합해서 읽게 되니 영국 역사의 단면도 읽혔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더 클럽' 멤버들의 성격이나 서로에게 어떤 관계를 주고받았는지 알 길이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저작만으로는 성격이나 생활을 단지 짐작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성장 과정을 보면 특히 새뮤얼 존슨은 불우한 환경과 신체적 결함 등을 딛고 라틴어를 비롯한 언어에 통달하였고 불후의 명저 <영어사전>을 지을 수가 있었는지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들의 모임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모임들은 경쟁관계가 아닌 각 분야의 대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시대를 앞질러서 문화를 꽃피운 최고의 모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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