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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삐딱하게 보는 민주주의 역사 : 시민 혁명, 아테네 민주주의는 어떻게 제국주의의 길을 갔는가

삐딱하게 보는 민주주의 역사 : 시민 혁명, 아테네 민주주의는 어떻게 제국주의의 길을 갔는가

 

민주주의(democracy)의 사전적 정의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이 권력을 가짐과 동시에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정치 형태로 개인의 자유와 만인의 평등을 법적으로 확립하여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정치 사상을 말한다."여기까지 듣고나면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의 국민은 모두 법 앞에서 평등하고 동등한 권리를 누렸을 것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민주주의 역사를 읽다보면 우리가 알던 지식과 상당히 큰 괴리감이 생기고 현대 민주주의가 확립된 시기는 겨우 20세기에 접어들고난 뒤였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룬 3대 혁명으로 영국의 시민 혁명, 미국의 남북전쟁, 프랑스 혁명을 거쳐 확립되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크롬웰은 호국경으로 취임하면서 찰스1세를 궁궐 앞 광장에서 처형시킨 인물이다. 그가 아일랜드에 저지른 만행은 민주주의라기 보다는 군주제에 가까운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아일랜드 초토화 정책으로 남김없이 씨를 말려버렸으니 공화정이 맞는 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남북전쟁은 노예해방 운동이 아니었다. 노예제를 해방시킨 인물로 알고 있는 링컨 대통령은 사실 노예제를 지지하였지만 정치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입장만 바꿨을 뿐이다. 남북전쟁이 일어난 것도 불균형한 경제 구조가 심화되면서 불만이 고조된 남부가 일으킨 독립 전쟁이었다. 링컨이 과연 존경받을만한 인물인지 읽다보니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아메리카 인디언에게 가혹했는데 그가 암살당한 것은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남북 전쟁으로 죽은 사람이 62만 명인데 이는 미국이 참전한 모든 전쟁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라고 한다.

프랑스 혁명은 여신이 삼색기를 들고 행진하는 그림이 인상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삼색기는 민중 해방을 의미한다. 그림이 실제 인물인 마르안느지만 프랑스 혁명에서 여성은 철저히 배제되었고 당대 철학자나 수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대 사상가에게 여성은 "정치적인 삶에 적합하지 않고 남성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유스티니아누스 법전', '함무라비 법전'과 함께 세계 3대 법전으로 손꼽히는 '나폴레옹 법전'에조차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간주하고 있을 뿐이다. 잔다르크나 올랭프 드 구즈가 마녀사냥에 희생양이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피로 얼룩지고 차별과 배제가 오랫동안 유지된 것을 보면 민주주의는 정치적 도구로 지배를 위한 개념이었는지 모른다. 오늘날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았으며,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