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이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말과 함께 천상병 시인이 남긴 '소풍'이라는 시 마지막 구절이 떠오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보다 큰 울림을 주는 마지막 한마디는 없다고 생각한다. 흙에 묻혀 하늘로 돌아가게 되는 그날이 오면 한낱 짧은 생을 살다간 이 세상에서의 날을 소풍이라 부르게 될까? 어떠한 모습으로 살다 가게 되더라도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책에 수록된 37인은 이미 후대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다. 어느덧 불혹에 접어든 나이에 읽다 보니 세상 물질에 욕심내는 일이 무슨 소용인가 싶을 때가 있다. 죽을 때 하나라도 가져갈 게 없으면서 말이다.
세상을 떠나 세상에는 없지만 그들이 남긴 말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대답을 대신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갈 동안에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아등바등 살든 치열하게 살든 느긋하게 살든 제각각 자신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이다. 감사해야 할 것은 이 아름다운 세상을 내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그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부질없는 욕망 앞에 결정은 손쉬울 수 있다. 모든 글에 감명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글을 읽다가 어느 한순간에 깨달음을 얻게 되는 구절을 만날 때가 있다. 그것이 바로 울림이고, 가치관을 변화시키며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된다.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의 마지막은 그래서 시대의 강을 건너 큰 울림을 준다.
예전에는 어제와 마찬가지의 다람쥐 쳇바퀴처럼 똑같은 일상이 지루하고 따분할 때가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철없고 배부른 생각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일 수 있는 날인데 언제 인생을 살아봤다고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냈는지 반성하게 된다. 사람이 자신의 신념을 갖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간절함은 전태일 열사만큼 보여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과 권력자들은 철저히 힘없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했고 방직공의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 이후에 점차 노동 환경이 나아졌지만 그 뒤로도 시간이 한참 흐른 후였다. 우리가 편안하고 풍요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감사함은 그들의 희생 덕분이다. 그 울림은 후대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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