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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 : 서지은 에세이

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

 

나이를 한두 살 더 먹고 인생의 크고 작은 굴곡 지나와서야 깨달았다. 평범하게 산다는 건 내가 아무런 존재가 아니라 그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며 행복이라는 사실을 어렸을 때는 몰랐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다 겪으며 이제 겨우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사회적 지위나 명예보다 행복하고 평온한 일상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덧 마흔 중반이 되고 나니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셀럽으로 살아가는 요란한 삶이 아닌 마음 가득 채워주는 고요한 시간이 중요하다. 내 나이 대보다 활력 넘치는 건강한 신체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매너를 지키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다. 평범한 인생을 아쉽거나 서글프다 생각하지 말자.

살다 보면 뜨겁게 달아오르는 시절도 있고 무언가에 꽂히면 기어코 해내고야 말던 청춘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내겐 서울 순성놀이 완주, 생명사랑 밤길걷기, 서울 둘레길 완주가 그랬고 운 좋아 다니던 팸투어가 그랬다. 지나오면 기억과 사진으로만 남을 소중한 시간들이다. 내가 사회에서 어떤 존재가 되지 못한다고 해서 지나온 시간을 가슴 아파하기 보다 앞으로 남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궁리하며 살고 싶다. 글쓴이는 이제 중년이 접어들고 싱글 워킹맘에 보험 설계사라는 직업으로 얼마나 많은 일과 사건을 겪으며 지나왔을까? 누군가는 간절히 원했던 평범한 삶은 곧 고요한 안정이었을지 모른다. 내 인생을 내가 설계하며 사는 삶.

읽다 보면 다 똑같은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제법 괜찮은 시기를 보낼 때도 있고 평생 겪어볼까 말까 한 일에 눈앞이 암담해진 적도 있다. 저자는 갑작스러운 이혼이 현명한 선택은 아니지만 덜 불행해지기 위한 선택이라고 한다. 이전보다 가난하고 고되지만 불행하게 억지로 생활을 이어나가는 걸 거부했다. 큰일을 겪을 때도 병상에서 한 달 동안 무려 여덟 권의 책을 읽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각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우리는 큰일을 겪은 후에 이전과는 다르게 인생의 의미를 생각한다. 후회할 바에야 차라리 나 자신을 인정하고 불행한 과거를 떠나 평범한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꿈을 만들어가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