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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상실의 언어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심리치료사가 쓴 회복과 치유의 기록

상실의 언어

 

불현듯 불행은 갑자기 찾아와 내 모든 행복과 일상을 한순간에 앗아가버린다. 내 삶에서 가장 소중했던 누군가를 잃고 난 후에 느끼는 상실감은 매 순간이 견딜 수 없는 고통과 환각에 나를 밀어 넣어 버린다.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랐지만 그 아픔의 시간도 무뎌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공인 심리치료사이자 트라우마와 자기 통제 전문가로 상담 치료 전문가인 저자도 사랑하던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후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다. 자신을 유족과 치료사로서의 나를 오가면서 상실, 애도, 비탄이라는 감정 밑바닥까지 파헤치는 일련의 과정을 담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요 몇 년 사이 상실의 아픔을 겪은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것이다.

상실을 겪고 난 후 인생이 본질적으로 무의미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무엇을 위해 우리는 살아가는 걸까?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저자는 우리가 순수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 감정에 푹 빠져서 합리성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데 슬픔, 분노가 뒤섞여 극심한 감정 소모 상태에 이른다. 그러다 무기력에 빠지다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한다. 저자는 혼란과 고통에 빠져있는 유족들이 혼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는 현세 너머의 존재를 믿음으로써 가능하다고 한다. 언젠가 우리도 죽을 때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하며 현재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슬픔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반려견이 수명을 다했을 때조차 이만큼 상실의 아픔이 깊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슬픔에서 벗어나는 길은 고인이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했거나 모든 의혹이 다 밝혀질 때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수많은 부고 소식을 들어왔다. 우리 삶 어디서나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겪을 때는 상실의 깊이나 존재의 이유를 되묻는 등 완전히 다르게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 비탄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을 온전히 떠나보내고 남은 내 삶을 행복으로 채우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