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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온전한 나를 만나는 기쁨 : 일흔의 노부부가 전하는 여행길에서 깨달은 것들

 

온전한 나를 만나는 기쁨 : 일흔의 노부부가 전하는 여행길에서 깨달은 것들

 

 

돌아보면 모두 아득한 추억이 되는 것. 온몸으로 느끼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예기치 못한 순간과 마주할 때는 유독 여러 번 곱씹어서 회상한다. 벌써 몇 해나 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부질없는 시간 앞에 잠시 헛헛한 웃음을 짓곤 했다. 여행에 중독되는 이유는 바로 낯선 세계와 마주할 때의 설렘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말로만 듣던 곳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이제 고희에 접어든 노부부에게 여행이란 곧 삶 그 자체이리라.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날 때는 온전히 나와 마주하는 기쁨을 느끼기에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들여보게 되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지 않았으면 어떻게 아름다운 자연을 누릴 수 있으랴. 여행길에 나서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할 소중한 사람들과의 유쾌한 시간도 없었으리라. 그저 한곳에 머물러 있었다면 사는 날 동안 결코 볼 일이 없었을 지역마다 우리들의 삶이 있다. 노부부는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터키, 중국, 대만, 캄보디아,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 등 여러 곳을 가보았다. 심지어 언제 가볼지 기약 없는 금강산까지 가봤으니 여한이 없을 듯싶다.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라 몇 년 후에 하늘길이 열릴지 모르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해외 곳곳을 여행한 노부부는 분명 행복했을 거라 생각한다.

여행 이야기 한 보따리를 풀어낼 때마다 솔직 담백하게 쓴 글들이 정겹다. 이미 잊고 지낸 듯한 풋풋한 시절의 기억을 상기시키듯 그날의 추억들이 담겨있다. 직접 가봐야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많다. 책과 동영상으로 얼마든지 대리 체험을 할 수는 있어도 직접 내 두 눈으로 확인했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한 편씩 마무리가 될 때마다 왠지 모를 그리움에 사무칠 때가 있다. 그때 찍은 사진이 아니면 잊힐지도 모를 순간들이다. 세월은 또 수많은 풍파를 헤치면서 지나갈 것이다. 덕분에 자유롭게 여행을 가보지 못한 대신 노부부를 따라 마치 그곳에 가 있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