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 주 한인 최초의 퍼스트레이디인 유미 호건의 자전 에세이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나주평야가 있는 시골에서 자란 그녀는 풍족하지는 않지만 끼니 걱정 없이 살았고 손재주가 많았던 큰 오빠 덕에 닭장을 여러 채 지으며 양계업을 시작해 지금은 대단위 양계 단지가 형성될 정도로 성장했다. 학교 과목 중에 유독 미술을 좋아했던 저자는 선생님으로부터 그 소질을 인정받았고 그 꿈을 훗날 미국에서 펼쳐 보이게 된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19살에 남자와 결혼 후 혼인 신고를 마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 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섣부른 결혼 후 아이들의 미래와 교육을 생각해 이혼해 아이들을 혼자 키우게 된다.
메릴랜드로 이사 간 것도 그 무렵이었는데 그러다 운명처럼 래리 호건이라는 평범한 부동산 사업가를 만나면서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래리 호건을 만나기 전까진 낯선 미국 땅에 아이 셋을 어렵게 키워낸 이혼녀였지만 그와의 결혼은 운명조차 완전히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 래리는 세 딸은 진심으로 사랑하며 좋은 아버지가 되어 주었고, 그 덕에 가정은 화목한 분위기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저자는 세 딸을 키우면서도 자신의 꿈인 미술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늦은 나이에 메릴랜드 예술대학교에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가정이 안정되니 못다 한 꿈 앞에 나이가 많은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졸업 후 유미 케어스라고 이름 지은 미술 치료를 시작해 메릴랜드 대학 아동 병원에서 소아 환자들에게 미술 치료를 제공하는 유미 케어스 재단 설립으로 환자들과의 소통과 치료에 힘쓴다. 정치에 입문한 남편이 메릴랜드 주 지사에 당선된 후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삶을 살게 되는데 이는 본인뿐만 아니라 한인 사회에 놀라운 변화와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선한 쪽으로 발휘되면 지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린 한 사람의 성공을 결과론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민, 미술, 결혼, 퍼스트레이디 모든 것이 운명처럼 연결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중간 과정이 생략된 채 그 어떤 결과도 없다는 점이다. 매번 선택을 해야 하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지 우리로선 알기 어렵다. 하지만 삶을 계속 이어가기에 이혼 후 포기하지 않고 아이 셋을 끝까지 양육해낸다. 낯선 땅에서 아이를 길러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꿈인 미술을 포기하지 않고 예술대학교에 입학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학우들과 지내며 공부를 한끝에 졸업 후 미술 치료를 하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에도 한국과 메릴랜드의 가교 역할을 하며 국위선양을 하는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 이 땅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도전이 될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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