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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나름 IT 업계에서 오래 몸담아 디지털 세계에 익숙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에 있을 때가 몸과 마음이 편했다. 도시에 살면 대부분 디지털로 둘러싸인 세계에 살기 때문에 이젠 삶의 일부분이 된 것만 같다. 여기서 저자가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해 주었다. 디지털은 생활에 편리함은 주었지만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이란 무엇일까? 그건 아날로그로 직접 몸으로 부딪혀 체험하는 모든 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 관심경제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보다 더 아무것도 없었을 때보다 복잡하고 바쁘게 살아가지만 삶에 여유가 없다. 왜 삶을 단순하게 살지 못하는 걸까?

버락 오바마 추천 도서가 아니더라도 실은 나를 둘러싼 세상의 소리를 온전히 듣고 느끼며 살고 싶다. 관심경제에서 벗어나 실제 존재하는 세계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본질을 찾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다는 건 이제까지 살던 방식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죽도록 일하고 일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동안 잃어버린 무언가가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주변 환경에 관심을 쏟거나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 가끔 새로 생긴 빵집이나 음식점이 들어섰을 때뿐이다. 걸으면서 주위에 생긴 변화엔 둔감한 편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무언가 많은 것을 놓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형 인간이 되길 거부하는 내가 머무를 곳은 어디인가?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스스로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다른 체제에서 다른 무언가를 도모하기 위해 현재의 체제(관심경제)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유튜브에서 다른 영상을 확인하고 댓글을 보는 일상이 당연시된 걸 보면 플랫폼에 내 생각과 생활이 지배당하는 느낌도 든다. 스스로 생각하려고 하기 보다 그 세계에 머무는 동안 어쩌면 논리적 사고가 방해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소셜 네트워크 중독으로부터 잠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며 산 것 같다. 이 책은 내 삶의 방식에 변화를 주기 위한 필수 서적이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에 의문을 품고 저자가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이해할 것 같다. 삶의 영향을 주는 책을 읽고 나면 뭔지 모를 자신감이 붙고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삶을 시험해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