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확진되거나 사망하는데 조선왕조실록에는 당시 역병과 기근으로 처참했던 상황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홍역을 치르다', '학을 떼다', '염병할 놈'이라는 유행어가 전염병이 대유행하던 조선시대에 나온 말이라는 걸 알고 나니 우리들이 겪는 상황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 같다. 전쟁이 아닌 전염병으로 1733년엔 전라도에 역질이 유행하여 2,081명이 사망하고, 1741년엔 관서지방에 역질이 돌아 3,700명이 사망했다니 인구수가 지금의 절반에도 못 미쳤을 시대이니 많은 수의 백성들이 손도 못 쓰고 희생당해야 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여러 문건들을 통해 당시 전염병에 대한 기록과 이를 치료하기 위한 의학까지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에도 왕실 의료기관인 내의원, 백성들의 의료를 담당한 혜민서, 전염병 치료를 전담했던 활인서,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 등 어떤 기능을 했었는지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 의녀를 지금으로 치면 간호사로 부를 수 있을 텐데 드라마 <대장금>에 나오는 장금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제생원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의녀의 전문 분야는 진맥, 침, 뜸, 약으로 나뉘는데 지금의 한의학과 같다. 이후에도 장덕, 귀금, 김만덕, 선복, 애종, 연생, 송월 등 의학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던 의녀들이 활약했다.
<동의보감>을 기록한 허준처럼 종두법을 개발하고 <우두신설>을 집필한 지석영은 천연두가 유행할 때마다 우두 종법을 실시하여 병에 걸린 수많은 백성들을 구제하였기 때문이다. 천연두는 조선시대 내내 왕실과 백성들을 괴롭힌 질병으로 병자호란을 종식시킬 정도로 전파력이 강했다. 천연두가 청나라에 전파되어 대유행을 시킬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외에도 작은 마마로 불리던 홍역, 19세기에 유입되어 조선을 휩쓴 콜레라, 학질, 온역, 종기 등 온갖 전염병이 유행했던 기록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병으로 인한 고통은 상당했을 것 같다. 지금처럼 의료기술과 의료기관의 보급이 크지 않았을 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선시대를 휩쓴 전염병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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