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쓴 임형남·노은주 두 건축가 부부를 알게 된 건 EBS에서 방영 중인 <건축탐구 - 집>이었다. 집을 지은 분과 정감있게 오가는 대화를 들으면서 '나도 저런 곳에 살아봤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이제야 행복을 찾은 사람처럼 편안한 표정으로 집을 소개하는 그들을 보며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좋은 집은 주인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듯 가꾸는 만큼 점점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 된다. 많은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닌데 돈을 좇으며 살아온 것도 아닌데 도시에서의 삶은 스트레스와 극심한 피로감을 주는 일상이었다. 오랫동안 공들여 설계한 집을 내 손으로 완성했을 때 세상에 정복되지 않은 진정한 왕국을 건설한 기분일 것이다. 앞으로 쭉 살아갈 내 집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싶을 테다.
출간 20주년 기념판으로 개정되어 나온 이 책은 이야기가 쌓인 만큼 '제1장 집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을 추가하였다. 단순히 집을 의뢰받아 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땅과 사람이 꿈을 꾸는 공간을 만드는 일인 것이다. 건축가로서의 사명감이 느껴지는 생각이다. 수많은 의뢰인과 집을 설계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외로운 기분이 엄습할 때면 그건 집이 마냥 편안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사람답게 사는 집을 모두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보며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쳇바퀴처럼 일상을 반복하다 세월을 다 보내긴 싫었다. 우리에겐 집은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방송에서 보던 것 그대로 담백하게 써 내려가는 글이 좋았다. 그들은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갈 사람들의 꿈을 이뤄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인생도 나무처럼 욕심을 비우고 자연에 순응하며 산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번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 정착해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나름 꿈을 이루며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편안했다. 어떤 역할이 주어져서 무엇이 되어야 한다거나 성공과 실패 사이에 끼워 맞추고 싶지 않다. 흙에서 자라 흙으로 돌아갈 우리, 나를 닮은 소박한 집 한 채 지어놓고 자연이 흘러가는 대로 욕심내지 않고 내 걸음에 폭에 맞춰 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언제부터인가 사람 사는 냄새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거의 잊힌 그 기억이 다시 되살아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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