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라는 단어보다 곤충이 한결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곤충을 사랑해서 곤충학자가 된 저자가 들려주는 곤충 이야기는 마흔 중반에 문과 출신이 곤충분류학이라는 학업에 도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시작을 하기 전부터 온갖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처음에는 벌레라고 해서 징그럽게 생각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곤충들을 관찰하고 특징을 이해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한국의 곤충 수가 약 1만 8000종이라는데 개체수도 굉장히 많아 '계-문-강-목-과-속-종'의 분류 체계에 맞춰 계통과 족보를 정리하는데 분류학이 생물학의 중요한 기초 분야라고 한다. 저자가 여러 분야 중 분류학이 가장 관심을 끌었고 곤충들의 이름과 한살이 과정이 몹시 궁금했다고 한다.
어렸을 적에 읽은 '파브르 곤충기'처럼 동네 주변으로 곤충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징그럽기는 해도 눈앞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이 책은 해충이 아니라 곤충을 주로 다루고 있어서 호기심 천국이 되어 마음 편히 읽었다. 저자가 뒤늦게 곤충 학도로서의 길을 걷는 과정을 보니 얼마나 곤충을 사랑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단순히 곤충에 대한 흥미만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대학원에 들어간 지 5년 만에 박사 학위를 따냈는데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록된 곤충 삽화와 자세히 관찰하며 쓴 이야기 덕분에 신비로운 곤충 세계에 빠져들며 읽었다. 알면 알수록 놀랍고 작은 어마어마한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숲에서 죽은 나무조차 곤충들이 서식하는 삶터라는 걸 몰랐다. 그냥 내버려 두면 죽은 나무를 주임으로 생태계는 알아서 잘 돌아간다니 놀랍다.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졌다고 치우는 건 살상이라니 새겨둘 말이다. 곤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일 수 있다. 생태계가 균형을 맞춘다는 건 최대한 자연 그대로 남겨둘 때가 아닌가 싶다. 대표적인 경우로 2020년 여름, 대벌레 때가 출몰해서 골머리를 앓자 지자체는 대벌레 퇴치 작전으로 몰살시켰지만 이후 천적이 없어진 러브버그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도시 생태계가 균형을 잃어 발생한 원인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우리의 몫이다. 읽을수록 곤충의 세계는 흥미롭고 생태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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