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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 :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

 

피렌체라는 도시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군주론>을 쓴 마키아밸리인데 이 책은 그가 남긴 최후의 저작인 <피렌체사>를 길잡이 삼아 쓴 책이다. 책의 구성은 1~2부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1부 평민의 시대는 1216년에서 1434년까지, 2부 메디치 가문의 시대는 1434년에서 1525년으로 피렌체의 방대한 역사를 인문학자가 마키아밸리의 시선을 빌려 썼다. 고품질의 사진과 삽화를 수록하여 책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피렌체 역사서로 알고 읽었지만 생소한 부분도 많아서 다소 애를 먹어야 했다.

1216년 베키오 다리에서 베아트리체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건너던 부온델몬테가 황제파 일당에서 공격을 받아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한다. 이후 부온델몬티 가문과 우베르티 가문 사이에 긴 반목 끝에 1239년 부온델몬티 가문이 우베르티 가문을 몰살시키면서 결국 종식된다. 현재 흰색 바탕에 붉은색 백합을 그려넣은 피렌체 휘장도 1250년에 채택된다. 연표만 보더라도 수많은 가문의 반란과 통치, 전쟁 등이 얽혀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책을 보면 비중은 메디치 가문의 시대가 훨씬 높은데 피렌체가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은 한 중요한 가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예술가를 후원함으로써 훌륭한 건축물과 명화를 남길 수 있었다.

메디치 가문의 역사만 잘 이해해도 대부분 피렌체라는 도시를 아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마키아밸리의 <피렌체사>에서 많은 참조하였기에 그가 피렌체 역사를 정리하는 의도를 알 필요가 있다.

"지배하려는 귀족의 욕망과 복종을 거부하는 평민의 저항에서 비롯되는 귀족과 평민 간의 심각하지만 자연스러운 적의가, 공화국에 창궐하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왜냐하면 공화국을 뒤흔드는 다른 모든 것이, 대립하는 이 두 기질에서 그 자양분을 얻기 때문이다."

지배하려는 자와 지배 당하지 않으려는 자의 투쟁이지만 지배하려는 자는 방법을 몰랐고, 지배 당하지 않으려는 자는 자유를 지키는 방법을 몰랐다. 두 계급 사이의 얽힌 이해충돌은 현재도 유효하다.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계층 간의 갈등, 갑을관계, 경제 양극화 등 언제든지 집단 사이에 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피렌체의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저자가 정리한 것처럼 "지배하려는 자는 위엄을 지켜야 하고, 지배 받지 않으려는 자는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한 사회에 존재하는 미덕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아마도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선 서로 간의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형성되어야 반목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피렌체는 단테, 미켈란젤로, 마키아밸리 등 3대 천재를 낳은 곳이자 메디치 가문의 영향력이 강했던 도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매력적인 붉은 백합의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방대한 <피렌체사>를 함축적으로 썼기 때문에 기본적인 역사를 이해하는데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서양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파고들만한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