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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워크 앤 프리 : 직업의 세계 바깥에서 유영하기

 

워크 앤 프리

 

 

책 뒤표지에 이 문구가 눈에 박혔다. "수없이 다양한 직업으로 돈을 벌고, 번 돈으로 몇 년간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삶". 누구나 꿈꾸지만 막상 실천하기 쉽지 않은 불안정한 프리 워커로 일상과 여행을 이어온 저자의 지난 행적이 궁금했다. 요즘 N잡러, 부캐 얘기를 많이들 하던데 그보다는 사진 촬영에 특화되어 여행하는 삶을 위해 현지에서 경비를 마련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부분 숙식을 해결하면서도 자신이 맡은 일은 똑 부러지게 잘 해낸다. 일하면서 부당하다 싶을 때 할 말 다 하며 기본을 지키는 모습도 의외였다. 유연하게 타협을 보며 좋게 좋게 지낼 것만 같은데 원칙은 철두철미하게 잘 지켜낸다. 사실 여러 일을 전전한다는 건 달리 말하면 돈을 모을 겨를이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그 불안정한 삶이 마냥 불행하거나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정된 직업 혹은 직장에서 매달 월급 받으며 미래를 꿈꾸는 삶은 사회가 암묵적으로 지켜야 할 사회생활로 인식되었다. 안정되지 못한 비정규직이 겪어야 할 고초들이 많았을 테고 여행처럼 일상을 산다는 걸 실천하기 위한 현실적인 장벽들도 이해되는 부분이다. 오랜 숙련으로 쌓아올린 전문성은 특정 분야에 집중되어 밥벌이를 하게 된 원동력인데 정작 경제적인 안정감에 비례하여 '어떻게 살아야지?'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없었다. 누구나 바라듯 가슴 뛰는 삶이 아니라 무언가에 끌려다니듯 어디론가로 편하게 떠나지 못했다. 정규 교육과정을 밟은 사회인이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길 대신 프리 워커로 산다는 게 대단해 보였다.

어디에 메이지도 않고 떠나고 싶을 때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고 내 집 대신 어디에서나 살 집이 있다는 당당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차피 인생은 모험일 뿐이다. 나를 지탱해 준 뿌리에서 정체성을 애써 찾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굳건하게 살아갈 자신감만 있다면 무엇을 하든 두렵지 않을 것이다. 억지로 남을 설득할 필요도 없고 자유롭게 어떤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건 그만큼 자존감이 높다는 뜻이다. 굳이 평범한 9 to 6로 사는 것을 포기한 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산다. 수많은 질문과 의문들도 따지고 보면 불안한 심리가 크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직장보다는 세상과 부딪히며 오롯이 자신의 삶을 헤쳐나가는 저자에겐 큰 생명력이 넘쳐흐른다. 그래서 더욱 응원하게 되고 프리 워커로서 살아온 삶이 아름다운 이유다.